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최유리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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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도대체 왜 그러니?

이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어른의 권위에 저항하지 말라는 신경질 섞인 협박에 가깝다.

우리 사회는 너무도 남을 의식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는데 왜 너만 이렇게 사는지 끊임없이 가르치고 가둔다. 그것에 대해 반항하거나 부정하면 나는 날라리, 사회부적응자로 평가 받는다. 심지어 친구들은 날씨가 아직 안 추워졌는데 검은 스타킹 지금 신어도 되는지까지 의견을 공유하며 쓸데없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무슨 반짝이 빨간 스타킹을 신고 회사에 가도 되나 고민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저정도로.

나 역시 그런 벽에 갇혀 설계 당하고 교육 당한 후 적당한 학교에서 적당한 학위를 받고 내 나이의 “여자” 들에 비해 제법 높은 연봉을 받으며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나는 매일 매일 회사 가는 것이 너무나 싫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짜증나고 재미없다. 20대 후반쯤만해도 새롭게 버리고 고치고 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는데 이제는 점점 두렵고 그냥 이 벽에 나를 가두고 싶어지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나는심지어 모든 것을 다 그만두고,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다가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부모님은 내가 상처받거나 위험에 처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내가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내 몫이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이 시점에도 부모님의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그 관심을 내가 부모가 되기 전에 평생 이해를 못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난 내가부모가 되어도 이해를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부모가 되는 것이 두렵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가정폭력을 겪고 자란 아이는 가정폭력을 휘두를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한다. 부모에게 받은 부분을 자식에게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키워주고 감싸준 부모는 대단히 감사하고 존경하지만 내 인생은 내 것이고 내 행동을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서울대라는 타이틀을 가지지 못한 나는 저자가 말하는 서울대 타이틀을 던져버리고 그것이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부분에 아직도 동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면 내가 행복할 것 같고, 샤넬백을 가지면 세상이 오로라빛 같을 거라서 그 가방을 산 나는 샤넬백을 가져도인생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샤넬백을 갖기보다 100배는 어려운 서울대 타이틀을 아직도 아쉬워하고 부러워하는 내 마음이 지금 심정이라면 어떨까?

학교라는 껍데기가 중요한게 아닌 자신을 아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껍데기에 집착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아직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내가 무엇을 해야 잘 할지 모르기 때문에 껍데기에 둘러싸여 나는 이런 곳에 소속된 사람이라고 포장하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샤넬백은 더 이상 사지 않아도 괜찮아졌지만 나의 가지가 무엇인지, 나를 사랑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만의 색깔로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더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가 걱정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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