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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평점 :
아무 편견없이 읽고 싶어서 앞 뒤의 추천사들을 건너 본문으로 갔더니 에필로그까지 다 읽고나서야 이 글이 에세이, 생존기임을 알게되었다.
어쩌면 이 글이 사실이 아니기를, 사실일 수 없기를 간절히 바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시각에서 시작되는 이 책은 담담하고 간결한 문장이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과 닮아 있다. 특히 아이의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과 주변의 이야기들을 그저 담담하게 풀어가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중 1부까지의 내용이 많이 생각났다. 너무 짧게 끊기고, 충분히 분노할만한 상황인데도 문체가 담담해서 이미 아이가 체념해버린게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두근거리기도 하고.
이 책은 잘못된 신념을 아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아이'의 시선으로 그리며, 그 아이가 비뚤어진 신념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이를 통해 '부모'와 내가 가지고 있을 지 모를 그릇된 신념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비록 이 책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 의해 생각하는 법을 상실해버린 것 같은 또다른 피해자인 그의 아내의 행위를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알게 모르게 내게 남아있던 부모님에 대한 상처같은 것들을 되돌아보고 말랑말랑하게 바꾸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어떠한 도움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드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건 그 아이 옆에 있어주는 동물들의 생동감, 음악의 리듬과 선율, 그리고 모드의 현실을 잊게해 줄 만한 이야기들이었다. 모드를 꿋꿋이 버티게 해주었던 리스트 헝가리 랩소디 2번을 나도 함께 들으며 이 책을 읽었다. 헝가리랩소디는 그렇게 밝거나 즐겁기만한 곡은 아닌데도 모드를 버티는 힘이 되어준 걸 보면, 이는 우리가 책장을 넘기기 힘든 상처와 비극이 가득한 이 책을 넘기는 걳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드는 '삶은 어디에서나 이어진다'고 했다. 비록 아버지에게 벗어나서도 떄때로 휘몰아치는 유년의 기억이 그녀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극복하고 치료사가 되어 타인들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용기와 인내가 멋졌다.
이 책 바깥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을 모드의 삶을 함께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