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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사라진 여인
아스트리트 로젠펠트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눈물을 흘리면서 읽었다. 막바지로 가면서 슬픔과 감동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기대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유대인의 비극이 참으로 많은 사연과 이야기들을 낳고 소설로, 영화로 만들어지는 구나 느꼈다.
에드워드는 어릴적부터 자신의 정체성의 한 귀퉁이에 아담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담의 눈,코,입을 빼닮았다던 할아버지의 말을 늘상 들었지만 그에대해 희미하게 나마도 알수 없어 미지의 존재였다. 우연히 다락방에서 할아버지 동생인 그가 남긴 '아담의 유산"이란 책자를 발견하고, 그 안에 담겨있는 아담의 이야기, 그동안 잠들었던 1930,40년대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유대인 아담은 영국으로 피신할 수있는 기회를 버리고 난생 처음 벅찬 사랑을 느낀 안나를 찾기 위해 폴란드로 떠나 몇년 만에 안나가 바르샤바 게토에 있다는 소식을 알아내지만 그녀를 빼오는 대신 자신이 그 곳으로 들어가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아담은 가짜 독일인 안톤이 되어 독일 총독의 장미 재배사로 일하면서 주변친구들이 바라보는 유대인에 대한 시선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왜 인형들을 안 받았어?"
"그 남자는 더러운 유대인이니까요."
소설은 전쟁에 아랑곳하지 않듯 대화에 유머가 흐르는데 그래서 오히려 전쟁의 서늘함이 솔직하게 와닿았다.
안나에 대한 그의 절절한 사랑은 읽는 내내 긴장과 감동의 끈을 팽팽이 조인다. 아담이 안나의 소중함과 사랑을 나직이 고백하듯 뱉는 글들을 보며 여태껏 소설에서 본 모든 남자중에서 가장 멋있는 남자라고 느꼈다. 그 진솔함과 한 여자를 지키겠다는 마음에 반했다.
내가 너를 더 잘 돌보았어야 하는데.
안나. 나는 내가 너와 함께 있을 때 어떻게 온 세상을 느낄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안나, 너는 진짜였다.
게토에 들어가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안좋은 예감이 밀려오자. 자신이 겪은 가족과 사랑, 뭐든지 사라지지 않도록 남기기 위해 흰종이들이 가득한 책자 표지에 "아담의 유산"을 쓴다. 그 책을 지인을 통해 전쟁이 끝나면 베를린 주소로 보내줄 것을 부탁한다.
안나, 너를 향했던, 그리고 언제나 너를 향해 있을 내 심장은 이제 영원히 이 종이들 사이에 눕는다.
에드워드는 90살이 됐을 안나의 생사를 찾아서 이 책을 전해주려 한다.
아담이 재배하는 총독의 정원에서 형형색색으로 활짝 피어난 장미들은 불안하고 참혹한 유대인의 삶과 대비된다.
한 쪽은 도망가고, 다른 한 쪽은 그 집을 차지하고. 하지만 아담과 안나의 희망과 꿈의 상징이기도 하다.
전쟁이라는 어둡고 무거운 시대 속에서 한 유대인 청년의 사랑이 더욱 밝게 빛난다.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고, 삶의 의미가 되고 존재 이유가 됨을 아담을 통해서 보았다.
2000년 대의 에드워드는 에이미를 사랑하지만 붙잡을 용기가 없어 주춤했다. 그는 아담의 유산을 읽었고, 이 책의 처음부터 그가 에이미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쓴 고백이었음이 밝혀진다.
에이미, 이제 너에게 모든 걸 이야기했다. 다락방에서 서로 얽힌 아담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네가 언젠가 이 종이를 손에 들게 되리라 생각한다. 에이미, 그러면 나를 생각해주길. 그뿐이다.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