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브레이크 호텔
서진 지음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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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가장 행복했던 사랑의 기억으로 갈 수있는 알약이, 그 순간에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보낼 수있는 드림머신이 아주 먼 훗날이라도 존재하게 될까?  발명된다면 아마 인기폭발일 것이다. 과거에만 머물고 현재를 외면하는 부작용도 많이 있겠지만.

 인간은 홀로 태어나 외로운 존재인가보다.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함과 공허함, 앞으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한 좌절감에서 빛처럼 나를 구원해 줄것만 같은 것은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홀로 선 둘이 만나 서로 기대어 위로받고 조금이나마 불안을 떨치며 안정을 느끼고 싶어한다. 어쩌면 사랑하고 사랑받기위해 태어났다는 가사가 맞는 말인 것 같다. 

 자살 장소로 아내와 신혼 첫날밤을 보낸 샌프란시스코 어느 작은 호텔을 선택한 50대 남자, 자신을 먼지같은 존재로 여기며 따뜻한 보듬음을 간절히 원하는 쿠바 이민자, 채팅으로 낯선 사람에게 자기얘기를 털어놓으며 외로움과 공허를 떨치는 여자,
남녀간의 찌릿한 사랑이 보여지지만 실은 작고 외로운 존재로서 혼자일 때 느끼는 인간의  황량하고 삭막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기댈 곳을 찾는 것 같다.

 chew-x알약을 삼키거나 드림머신을 타면 몸이 잠든 것처럼 되고 뇌의 무의식은 사랑의 기억속으로 간다. 꿈으로 실현되는 것인데 당사자는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오히려 실재라고 느낀다.  작가는 꿈에 대해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같다. 꿈이야말로 내가 시공간을 넘어 어떤 삶을 경험할 수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일까. 꿈은 상상과는 분명 다르긴 하다.

 
공상과학 소설이랄 수도, 로맨스라고도 단정 지을 수없지만 둘의 요소를 모두 갖고있고 내가 깨달을 수없는 깊은 심오한 주제를 가진 독립영화 같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뉴욕 도쿄 라스베가스등을 배경으로 하여 스케일은 크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른 나라와 도시에 있지만 그곳엔 모두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존재한다. 아마 호텔도 시공간을 초월하며 사랑의 구원을 원하는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단 하나의 건물일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4차원느낌이 강해서 읽는동안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의 뇌에서 뻗어나가는 상상력이 우주 바깥까지 닿아 또다른 세계를 만들어 낼 수있는 강한 힘을 가진 작가의 소설관을 느꼈다.

아름다움 보다는 붙잡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안타까움과 외로움의 사랑이 그려지지만 결국 마지막 장인 부산에서 드림머신을 타고 기억을 여행한 주인공의 말에서 "그럼에도 사랑은 아름답다"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꿈 속에서, 나의 뇌 속에서, 또 다른 우주 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방법은 강력한 약물도, 정교한 드림머신도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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