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과의 만남

실내악과의 만남 - 가장 친밀한 음악적 대화 ㅣ 클래식 음악과의 만남 3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3년 8월

 실내악은 응접실에서 네 다섯명이 모여 함께 연주를 하는 장면이 상상된다. 따뜻하고 아늑하고, 청중이 아닌 연주자 자신을 위한 연주. 이 정도로만 알고 있는 실내악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좀 더 깊이 들어가보았다. 가정집의 푹신한 양탄자를 떠올리게하는 핑크색 표지가 마음에 든다.

실내악은 "헌신하지만 희생을 하지 않으며, 공동체에 기여하지만 자기 개성을 잃지 않는다"는 구절이 가장 인상깊었다. 조심스레 균형을 잡는 실내악이기 때문인지 현악 사중주는 내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식사나 소규모 모임에서 듣는 실내악의 성격답게 아예 곡 제목이 테이블 뮤직을 뜻하는 타펠무지크 인것도 있다.

시대별로 곡이 수록된 CD를 들으면 조금은 딱딱하고 형식적이던 음악이 점점 자유롭고 감정에 호소하는 듯하게 변하는 걸 들을 수 있다.  바흐를 지나 하이든, 베토벤, 모짜르트를 건너면서 새로운 시도가 행해지는게 눈에띄게 느껴진다.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답다고 느껴진 곡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바로 벨기에 출신의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이 멜로디는 한 번들으면 잊을 수 없을만큼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시대와 함께 실내악도 조금씩 변화를 거쳐가면서 이젠 사람의 음성이 악기의 하나로 쓰여지는 곡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노래도 아니고 말도 아닌, 뜻 모를 목소리가 곡 내내 악기의 일종으로 흘러나와 특이했다. 

20세기의 실내악에선 아프리카나 이국적인 리듬, 북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또 공포영화의 배경음악같이 그로테스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형태가 왜곡된 추상미술같이 음악계에서도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책을 읽고, 음반의 곡을 들으면서 실내악은 기본을 지키면서 천천히 변화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빨리 변화했다면 그 생명력이 빨리 없어졌을거다. 그래서 클래식이겠지만.

책에서 실내악이 라디오의 전파로 청중의 수준이 높아진 지금이 전성기라고 한다. 앞으로 신디 같은 전자기기로 혼자서 만들고 연주하는 실내악이 있을거라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조금 아쉬울 것같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음과 감정, 함께 합주하는 연주자들 사이의 공감대 등이 없다면, 실내악의 매력이 떨어질것만 같다.

오히려 기계의 발달로 인간관계가 부족한 때일수록 따뜻한 향기를 풍기는 진짜 실내악이 더욱 번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