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2주에 한 번씩 보낸 책과 편지글이다.
편지의 메시지는 책 제목처럼 "문학을 읽으십시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시작으로 좋은 문학이 갖는 위대함을 전한다.
그 중 하나가 보편성이다.
나도 세계문학을 읽을 때면 몇백 년 전에 쓰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책보다도 나의 감정과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공감의 문장을 마주친다.
나같은 한국인이나, 북극의 에스키모나, 농부든, 캐나다의 수상이든,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인간과 세상사의 본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나라의 지도자도 문학을 읽어야 할까? 너무 바쁘고 다른 검토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편지의 발신인은 문학이 상상력 훈련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삶에서 상상력의 기본적인 역할은.....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를 꿈꾸도록 돕는 것이다."
책 서문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에도 이 문장이 쓰여져 있다.
결국 문학과 예술이야말로 그 나라를 이해하고 대표하는 것이다. 얀 마텔은 정부가 예술가에 대한 지원 중단을 안타까워한다. 예술이야말로 아름다움의 감동을 주고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국민의 저력이 되기때문이다.
또 작은 개인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수상에게 씁쓸한 생각을 전한다.
그는 한 나라를 알기 위해선 문화를 알아야 함을 말하며 중국문화를 알기위해선 루쉰의 광인일기를 권한다.
또한 그는 논픽션에 비교해 픽션의 우월성을 말한다. 집단 전체주의와 정치부폐에 대해 논문이나 논픽션을 지루하게 보는 것보다 백몇십쪽 밖에 안되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한권을 보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라는 것이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한권으로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잔인한 내전에 대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 내전 속에서 슬픔, 비참, 잔인함을 겪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그 사건을 바라보는 건 두툼한 역사서를 보는 것보다 훨씬 전인격적이다.
그가 추천하는 많은 책들, 시, 희곡, 소설들과 편지 속에서 그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사랑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나라와 국민의 삶에 더 오래가고 값진 것은 기업보다 문화라는 것을.
잠자기 전, 책이 빛나는 밤의 시간에, 문학을 한권 꺼내들어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할 것을, 그러기 위해서 꼭 시간을 낼 것을 국가 지도자에게 당당히 권유하는 그의 당돌하면서 멋진 편지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문학의 불을 지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