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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미술관 - 내 아이를 위해 엄마가 먼저 읽는 명화 이야기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이상해 옮김 / 미디어샘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정물화에는 왜 레몬의 껍질이 옆으로 길게 늘어뜨려져 있어요? 다윗의 봇짐 속에는 뭐가 들어있나요?
원근법, 명암, 르네상스, 인상주의 같은 어려운 용어들 위주가 아닌, 그림 자체를 들여다보고 그림 속에서 호기심과 흥미를 끌어내주기 위한 명화책이다.
책은 아이들의 연령별로 그림에 대해 가질만한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되어있다. 안젤리코의 종교화부터 모네의 인상주의와 바스키아의 그래피티한 현대화까지 서른 점의 명화가 다채롭게 실려있다.
그림에 대한 질문들은 그림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짐작한 궁금증이지만 20대인 나도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 생각치도 못한 부분을 캐치하여, 다시한번 새롭고 깊은 시선으로 그림을 보게한다.
검은 배경의 테이블에 순진한 남자를 속이며 눈을 옆으로 치켜뜬 여자와 일행의 카드놀이의 긴장된 순간을 그린 조르주의 도박사기꾼은 가운데의 진주목걸이를 한 여인이 눈에 띈다. 언뜻 보면 누가 속고있는 사람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맨 오른쪽의 남자가 상대적으로 부유한 옷을 입고, 왼쪽의 세 사람이 검은배경으로 이어진 반면에 그의 뒤로만 빛이 보인다. 순진함과 속임수의 영역을 구분해 주는 것이다.
나는 이 그림을 전에 보았을때 그의 옷차림 뿐 아니라 그의 뒤의 빛을 눈여겨 보지 못했다. 아이들이 가질법한 예리한 눈이 그림에 대해 더욱 세심한 시선을 갖게하는 것이다.
니콜라 푸생의 솔로몬의 심판은 연극 무대의 한 장면같다. 솔로몬이 앉아있는 가운데 단상의 양 옆의 푸른 대리석 기둥이 우뚝 서 있고 그 아래 양편으로 갈라져 한 쪽은 죽은 아이를 들고 비난하듯 손가락을 뻗고 있는 거짓말하는 여인이, 한 쪽은 솔로몬을 쳐다보며 아이를 죽이지 말라고 양 손을 벌리며 항변하는 친모가 있다.
그림을 더 깊게 보면, 친모의 왼쪽 손이, 아이에게 겨눈 병사의 창 끝을 향하며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 반면 거짓말하는 여인의 어깨 바로 위에 푸른 대리석 기둥이 육중하게 받치고 있어 마치 정의의 심판을 내리듯 어깨를 내리누르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이브클라인의 "푸른색 모노크롬, 무제" 역시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무 이미지가 없이 파란색 바탕만이 있는 이 그림은 자세히 보면 톡톡한 질감이 드러난다. 계속 보고있으면 화가의 고향이던 프랑스 니스의 파란 바다와 하늘이 정말 느껴진다. 액자틀이 없는 이 그림의 드넓은 자유와, 한 가지 색이 주는 평화로움에 무한하게 빠져드는 매력을 발견한다.
책은 어려운 용어와 배경지식없이 그림 자체를 들여다보고 느낌과 호기심을 중요시하는 감상법이다.
이것은 그림을 더 세세하고 꼼꼼히 관찰하게 해준다. 아이들이 쉽게 그림과 친해지게하는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시선도 더 깊고 넓게 열어준다.
베르메르의 그림 속 여인의 노란치마가 빛을 받아 목걸이를 반짝이게 하는 사실까지 포착하게 한다.
미처 몰랐던 그림 속 숨겨진 스토리를 알아채는 경험이 늘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배가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