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우쿠렐레의 감미로운 선율과 멜로디가 흘러퍼진다. 서서히 귀를 사로잡는 가사에 귀를 기울이다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추었다. 노랫말이 옛날 야반도주하듯 이사가던 날 밤 공책 한 장을 북 찢어 남자친구에게 주었던 자신이 쓴 편지글이기 때문이다.
다소 평범하지 않는 가족에서 살아온 테트라와 다마히코는 서로의 닮음을 알아보며 점점 시간을 함께 보내며 마음을 나누게 된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인 다마히코와의 시간은 그가 가족을 따라 하와이로 가면서 끊어진다.
과거를 한 켠에 묻어두고 어른이 된 그녀가 갑작스레 음반 코너에서 흘러나오는 하와이풍 노래로 그를 만난 것이다.
운명처럼 테트라와 다마히코는 다시 만나게 된다.
그가 살고 있는 하와이의 사우스포인트를 배경으로 끊어졌던 그들의 관계가 다시 고리를 엮어가는데 이번엔 좀 다르다.
얼마 전 병으로 죽은 다마히코의 남동생 유키히코를 잃고 힘들어하는 그와 가족이 그녀에게 임무를 준 것이다.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무늬와 모양의 퀼트를 만드는 게 직업이던 테트라에게 유키히코의 인생을 담은 퀼트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매력적이고 밴드의 보컬이던 유키히코의 주변인들을 만나는 등 퀼트제작을 위해 하와이에서 본격적으로 머물기로 한다.
유키히코의 생전의 인생을 글감 모으듯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으는 시간속에서 다카히코와 그의 엄마가 겪는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그녀가 함께 동참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와이의 가장 남단인 사우스포인트, 널따란 대지에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뜯고 깎아지른듯한 절벽 아래로 보이는 검푸른 물이 해가 저물며 분홍빛으로 물드는 낙조가 보이는 듯 하다. 낙조를 함께 지켜보는 다마히코와 테트라의 뒷모습도.
조미료를 치지 않는, 순하고 잔잔한 소설이다. 일상 속에서 우연히 삶 속에 크게 각인됐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되는 건 누구나 한번쯤은 바라는 것이다. 요란하지 않게 운명같이 물처럼 흘러가는 소설에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 간에서 치유하고, 상상이 아닌 바로 곁에서 다마히코의 우쿠렐레를 듣는 순간을 행복해하는 테트라를 보았다.
유독 강렬한 시각이 두드러진다. 다른 섬에 비해 조용한 편인, 엄청난 양의 햇살이 대지에 무늬를 남기고 검은 용암대지에 빨갛게 피어난 레후아 꽃들이 피는 하와이의 사우스 포인트를 배경으로 다마히코의 우쿠렐레의 맑은 선율을 듣고 싶다. 무엇보다 전통 하와이 방식으로 짠 유키히코를 담은 퀼트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