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탄생 - 기발한 상상력 천재들의 숨은 일화 22가지
오주영 지음, 양예람 그림 / 학고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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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물흐물 녹는 치즈를 보고 물렁하게 처진 금속성 시계를 그린 달리, 건반과 음표처럼 마음 속에서 자유롭게 흘러나오는 대로 연주하듯 물감과 붓을 움직인 칸딘스키, 그림을 그리기 전 사과가 가득한 광주리와 술병을 여러각도로 인테리어한 세잔 등.

22점의 명화와 예술가들을 알기쉽게 쏙쏙 뽑아 풀어놓았다.

명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서 예술가의 열정이 크게 와닿는다. 그림의 특징은 기존의 생각을 넘는 그만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밀고나가는 예술가의 도전정신을 배우고 느낄 수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건초더미를 하루종일 뚫어지게 바라보다 햇빛의 기울기와 양에 따라 달라보이는 점을 깨달아 여러개의 건초더미 연작을 그린 모네의 "오전의 건초더미, 눈의 효과"는 공중의 아른거리는 빛과 길게 늘어난 그림자가 여느 그림보다도 사실적이고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기존의 원근법과 명암을 뒤로하고 평면의 아름다움을 살린 마티스의 "붉은 식탁"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명화다. 강렬한 원색의 레드와 레드의 전면을 힘차게 구불구불 뻗어나가는 가지와 꽃장식이 부엌에 걸기 위해 이 그림을 주문했던 러시아 부호의 눈을 사로잡았음에 틀림 없을것이다.

볼때마다 갸우뚱하는 피카소의 그림은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보인다. 묘하게 나의 눈을 사로잡는 건 가장 대상다운 면을 각도에 따라 그리는 독특한 방식 외에 색체감각이다. 책에 실린 "도라 마르의 초상"의 여인의 모습은 초록, 보라, 진홍, 검정의 조화가 인상적이고 이국적이면서 팜프파탈적인 매력이 물씬 풍겨온다.

반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게르니카의 무채색은 색상이 없어 오히려 담담하다. 신문처럼 역사를 담담히 서술하는 것 같다. 

 

샤갈이 아내 벨라에 대한 깊고 로맨틱한 사랑을 알 수있는 "에펠 탑의 신랑 신부" 는 뒷편의 에펠탑과 태양을 배경으로 공기 중에 붕 떠다니는 샤갈과 웨딩드레스를 입은 벨라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의 고향 속 동물인 염소첼로와 신랑 신부를 떠받치는 커다란 하얀 닭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볼 수있다.

무엇보다 그의 동화적인 상상력은 인간에겐 또다른 나만의 자유로운 세계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너무 난해하지만 너무 단순한 잭슨 폴락의 흩뿌린 물감범벅과 웬디워홀의 통조림, 마릴린 먼로는 보는 사람마다 다른 메시지를 받을 것이다. 풍자나 경고로, 일상과 다름없는 친근한 예술로, 무질서의 카타르시스로도 각기 느낌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관람자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인 이 책은 20대인 내가 읽어도 배울 점이 많다. 예술가의 열정과 창조적인 생각 등 아이들이 그림감상과 함께 배우고 느낄 점이 많다.

어린이용 삽화에 할애한 지면이 많은데 차라리 명화를 더 실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해설은 그림을 이해하기 쉽게 머리와 눈에 쏙쏙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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