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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유럽에서 살면 빵의 위로가 틀림없이 클 것이다.
빵 안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터.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쿠키와 조각케익, 크루아상과
길다란 바게트.
저자처럼 커피의 쓴 맛이 빵의 달콤함을 각성시키는 순간을 맛보며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 유럽
의 일과이기에 베이커리 가게와 종류도 많고 그만큼 애정과 추억도 남다를 것이다.
독일 뮌헨에 다년간 머무르면서 만나게된 빵들을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자신의 일상과 더
불어 쓴 에세이다.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등의 여행지에서 만난 지방 특색있는 빵들도 역시 함께 나온다.
동화책과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고리모양으로 꼬아져 있는 뭰헨의 브레첼이 첫장을 열고 있다.
큼직하고 둥글고 투박한 브로트는 네덜란드 풍속화나 영화 속 중세의 서민들의 소박한 식탁에서
볼 듯하다. 역시 농부의 빵이라고도 불린단다.
가장 침샘을 자극했던 건 시칠리아의 카놀리. 과자로 쌓여져 있는 겉 안에 하얀 치즈가 듬뿍 들어
가 있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인데 모양도 예쁘다. 담에 여행 가게되면 꼭 먹어야지.
그 담으로 꼭 먹겠노라 다짐한 오스트리아 비엔나 아이스커피. 차가운 파르페 유리잔에 커피와
그 위에 풍성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얹어져 있다.
이 짤즈부르크 카페의 케익을 서빙하는 쿠흔다메라는 케이크 레이디도 신기했다. 사진속 케익들이
하나같이 다 내 스타일이다.
초콜렛을 좋아한다는 작가와 비슷한 식성을 가진 것같다. 책에 소개된 독일의 자허 토르테, 쇼콜라텐 토르테 등 대부분이 내 입맛이라 보면서 참기 힘들었다.
한국에 떡의 종류가 다양하듯 유럽에도 빵의 세계가 참으로 무궁무진하구나 생각했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빵, 새해에 먹는 빵이 지역마다 전통을 갖고 있다.
유럽에서 1년간 있었을 때 빵에 아무 관심이 없던게 후회된다. 바게트 빵 속이 되게 부드럽고 마트
에서 파는 조각케익이 굉장히 쌌던걸로 기억이 난다. 치즈와 꿀도 가격이 저렴해서 작은 바게트에 발라먹은 기억이 전부다. 한인부부의 아이 돌잔치때 함께 먹었던 푸짐한 과일케익도 그 모양이 크고 예뻐서 인상깊게 남아있다.
작가가 자신의 아이 백일상을 뮌헨 스타일로 독일인 친구와 함께 차린 것이 독특하고 재미있게 보였다.
뮌헨의 브레첼과 브로트, 소시지, 알콜 뺀 맥주와 살라미 등, 그리고 바이에른 전통 초콜릿 케익에 초를 밝힌 두번째 백일잔치는 아이가 커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때 다시한번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유럽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다음에 가게 되면 빵집에 밝힌 불을 절대 지나치지 말아야지.
빵으로 유럽을 기억하는 것도 이 책처럼 굉장히 행복하고 기분 좋을거다.
빵은 유럽의 문화에 앞서 일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