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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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9개의 단편을 엮은 단편집이다. 그의 책은 처음 읽어보았다. 나에겐 쉽지 않았다. 뒷편 해설을 보고서야 작가가 무얼 말하려는지 대략 이해할수 있었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서로 비슷하게 닮은 구석들이 느껴진다. 이야기, 소통, 상실, 붕괴의 양념들이 이야기속에 주 양념의 역할을 하고있다.

단편들은 주인공들이 겪는 세계의 붕괴를 그리고 있다.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에서 아이를 잃은 슬픔,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때>의 서른이란 새 인생을 앞둔 여성, <내겐 휴가가 필요해>에선 자기의 고문으로 죽어간 젊은이에 대해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 형사 등, 상실과 아픔으로 이전의 익숙하고 나다웠던 세계가 완전히 붕괴되고 완전 낯설고 두렵고 새로운 세계로 건너간. 

 

전직형사인 노인은 젊은이를 죽게만든 죄책감으로 이전의 생활을 다 청산하고 남해 바닷가 마을에 간다.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가족과 연락을 끊고 십년동안 도서관에 가서 매일 책을 읽으며 삶의 답을 찾으려 고군분투한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달로 간 코미디언>에서도 여자의 아버지인 70,80년대 슬랩스틱 코미디언 안복남이 어느 날 미국으로 사라진다. 바람나서 나갔다는 오해를 품고 산 여자는 아버지의 옛날 코미디 영상을 다시 보면서, 과하게 넘어지는 연기가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행동이란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아버지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라스베이거스 사막에서 렌터카와 돋보기 안경을 두고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되고,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본인도 라스베가스 사막을 향해 차를 끌고 달려간다. 아버지의 코미디 영상들과 여자가 차를 몰고 사막을 달리는 것을 녹음한 것을 듣는 화자의 남자친구는 사라진 안복남과, 그를 이해하려는 여자친구의 고통과 고독을 사막의 바람소리를 따라 귀로 들음으로써 느끼고 이해한다.

 

이렇게 균열을 극복하려는 이들에게 책은 단지 아픔만이 아닌 소통이란 따스한 인간의 선물에 시선을 던진다. <모두에게 복된 새해>에서 한국말이 서툰 아내의 친구 인도인과 대화를 통해 아내를 조금 이해하게 된 남편,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언어를 넘어 서로의 아픔으로 소통하는 미국인 여자와 한국인 여자.

작가는 삶이 겪는 상실, 고통 등 다사다난한 인생사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많다는 것이 느꼈졌다. 인생의 답을 찾고 진실을 찾으려고 애써도 별게 없다는. 그래도 삶은 계속 흘러간다는.  반석같다고 생각한 것이 변하고,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주인공이 시들어가는 백합을 보고 슬퍼하듯, 변하는 것에 대해 공허함들이 느껴진다.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의 미스터 리 노인이 훗날에 깨달은 것은 " 결국엔 인생이란 단 한 번 씌어지는게 아니라 매순간 고쳐지는 것" 이었다. 삶이란 계속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고 언제든지 첫문장을 다시 쓸수 있다는 것.

인도인과 어떻게 친해졌냐는 물음에 아내는 이야기를 통해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고 아픔과 상실들을 서로 이해하고 그런 삶들이 또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안을 주는 것 아닐까.

해설의 "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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