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 자화상에서 내 마음 치유하기
김선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자화상 하면 고흐와 램브란트의 자화상이 떠오른다. 

나는 이것이 대상으로써 자신을 그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이 책을 보니 자화상은 자신의 마주하고 싶지않은 상처와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이고, 인생의 회고와 정리인 셈이었다.

다시 자화상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니 화가가 자신의 눈과 코, 입, 얼굴선을 세세히 들여다보며 그리기까지 엄청난 에너지와 정신을 쏟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그 대상이 자신이기에.

램브란트처럼 내면까지 진실하게 그린 것도 있고, 르브룅처럼 약간 이상화한 자화상도 볼 수 있었다.

책은 자화상 안에 화가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는 무의식적인 힌트가 숨어있음을 알려주며 그림을 통한 자아힐링의 힘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리 앙뚜아네트의 초상화는 로코코 양식의 화려함이 극에 달한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크 양식의 벨벳 의자에 앉아 레이스 소매가 달린 하얀 공단 드레스에 머리는 은발로 힘껏 부풀려 깃을 꽂고 앉아 있다. 배경엔 화사한 꽃병과 바닥에는 장미 문양의 카페트가 깔려 있다. 당시 앙뚜아네트는 어린나이에 가난한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시집을 왔지만 남편인 루이 왕세자의 성불구등 잘 맞지 않는 결혼생활로 이방인처럼 살아야 했다. 날마다 파티와 가면무도회를 열고 사치품을 사들이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부터 달아나, 이상화된 나를 통해 위로받으려 했지만 공허와 상실만 더 커져갔고, 그럴수록 사치품과 파티는 더 화려해져 간 것이다.

이런 성향은 오늘날 쇼핑 중독으로 연결된다.  마리가 감옥에 갇힌 후 검은 상복을 입고 그려진 초상화는 어둡고 초연하기까지 해서 그 화려한 앙뚜아네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인물로 보여진다.

고갱의 자화상에서 불안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가 나타나 있음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생생함의 화가 루벤스의 자화상에 허세와 오만이 숨어 있는 것도 놀라웠다. 젊은 시절의 부인과 함께 그려진 자화상은 화려한 보석과 의복으로 잔뜩 치장되어 있다. 평민 출신으로 귀족 여인과 결혼한 루벤스가 무의식적인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곳곳에 사치품을 두는 등 허세방어기제를 보인 것이다. 나이 들어 그린 자화상에선 귀족적인 품위가 느껴지지만 젊을 때와 다르게 허세가 보이진 않는다.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짙은 눈썹과 콧수염까지 그려 자신을 남성화한 프리다 칼로, 밝게 웃는 인형을 꽉 움켜진 손은 절대로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놓치지 않겠다는 칼 라르손 등, 자세히 살펴보면 무의식적인 작은 행동이 화가의 자아상태를 보여준다.

문득 내 맘을 사로잡는 그림을 보았다면  그 안에 내가 겪는 자아가 숨쉬고 있어서 고통이 이미지를 통해 풀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증거라고 한다. 

그림의 심리치료 능력이 있다는건 알겠지만 아직 내가 겪는 자아의 아픔을 달래줄 그림은 못 발견한것 같다.

수록된 그림이 좀 더 컸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른 명작들에 비해 관심히 덜 가는 자화상이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귀중한 그림이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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