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고음악과의 만남 - 마쇼.던스터블.팔레스트리나의 시대 클래식 시대와의 만남 1
루시엔 젠킨스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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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악이란 단어가 낯설다. 왠지 우리나라의 경음악이 연상된다.

고음악은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을 말한다. 그러고보니 중세와 르네상스의 건축과 회화 조각은 많이 봐왔는데

음악은 못 들어본 것이 새삼 의아했다.

바흐, 헨델 등 유명한 음악가들도 그 이후 시대의 사람들이니, 그 이전 음악이 어떨까 궁금할수 밖에...

역시 회화처럼 음악도 시대를 따랐다. 음악이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예배와 의식에 쓰일 미사들이다.

성가 가락이 처음 기록된 건 사를마뉴 대제의 정치 개혁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다. 씨디 1의 2번에 수록된 그레고리오 성가가 이것이다.

"교회에서는 반주 없는 단선율 성가를 불렀다.... 대사체 노래 형식인 레치타티보에 가깝다. 레치타티보의 기능은 아리아와 아리아 사이를 줄거리로 이어주는 것이다. 현대의 랩이나 힙합과 한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모짜르트, 에미넴, 성 암브로시우스는 멜로디보다 가사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뜻밖의 동지들이다.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 레치타티보 대목을 따라잡지 못하면, 피가로의 결혼식 날 무슨일이 벌어진 건지, 화물 주차장의 가난한 백인들이 왜 분노하는지, 그리스도의 메시지가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p11

 

음악은 다른 예술과는 다르게 중세와 르네상스를 딱 나눌만한 기준이 별로 없는 것이 특이했다.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영광을 되살리자는게 목적인데 그 시대 음악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발견이 불가능해서 오로지 상상에 기대 재창조를 해야했던 것이다.

단선율 성가에서 다양한 성부와 화성적인 음악으로 점점 발전했다. 르네상스시대에 들어와 세속적인 음악도 많이 나와 반음계적인 악상으로 정서에 호소하는 느낌을 자아내는 곡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시대에 들으면 장엄하고 차분해서 그다지 세속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책의 설명을 읽고서 들어보면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씨디2의 11번에 수록된 제수알고의 <고통과 슬픔> 들어보면 알 수있다.

이렇게 세속에 기원을 두는 음악은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대중적인 장르인 "마드리갈"이다.

 

악기 또한 흥미로웠다. 15세기 명화에서 기타처럼 생긴 악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악기가 류트다. 르네상스때 유행했던 대중적인 악기인데 기타소리와 비슷하다. 좀 더 부드럽고 깊은 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림, 조각 덕분에 악기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 하니 기록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낀다.

악보는 르네상스에 이르러서야 기록되었고 중세에는 네우마(기호)로 표시됐는데 오직 상대적인 높낮이만 있을 뿐이었다. 리듬도, 길이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러한 음악을 되살리기 위해 음악 연구가들의 뼈와 피가 마르는 엄청난 노력을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음악의 적합한 리듬과 가장 어울리는 운율을 수없이 맞춰봐야 했다. 

그래서 고음악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모짜르트도 몰랐을 중세의 노래를 지금 우리가 풍부하게 누릴수 있다는 역자의 말이 오래 남아 이 음악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한다.

 

고음악이 나왔던 시대상이 어떠했는지 가늠해보도록 하는 역사 에피소드들을 여러개 실어 재미와 이해를 돕는다. 

어두침침할거라 생각했던 중세의 음악은 활기차고 매력있는 음악들이 많아 놀라웠다. 

CD1의 12번 새벽외출은 지금들어도 신나고 세련되다. 10번 산타마리아 칸티가는 원조캐럴이다. 반주가 없는 모노포니로 역시 즐겁고 더 아름답게 들린다.

이 책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눈에 보이는 그림과 건축과 달리 음악의 선율을 듣는 것은 그 시대의 특유함과 분위기를 알수 있는 또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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