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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ㅣ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적 정의와 내 아이에 대한 사랑 중에 무엇이 더 우선되어야 할까.
아무리 자신이 도덕적으로 바르다고 해도 내 아이 혹은 가족에게 그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에는 이성적이기가 힘들어진다.
책은 여성 노숙자를 구타해 숨지게 한 15살 아이를 둔 부모가 그들이 떠안은 도덕적 딜레마를 그 상황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지에 대해 다소 씨니컬하고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화자인 나 파울은 아내 끌레르와 함께 유명 정치인 형인 세르게과 그의 아내 바베타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의 정경과 아페리티프와 에피타이저 접시의 상세한 묘사로 일상적이고 훈훈한 가족적인 분위기가 흐른다가
갑작스럽게 서스펜스와 범죄스릴러로 전환하면서 긴장과 스릴이 증폭된다.
세르게의 아들 릭과 파울의 아들 미헬이 노숙자를 구타해 숨지게 한 문제때문이다.
그냥 책을 본대로 느낀 점을 말한다면 파울과 끌레르 부부는 제정상이 아니다. 특히 파울은 그야말로 또라이같다.
작가는 인간의 미묘한 이기와 악,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보호와 그로인해 쉽게 무시되는 법과 정의 등을 자기 편한대로 정당화하는 인간의 속성대로 파울부부를 통해 보여준다.
평소 사람에 대해 인격적인 배려와 권리 등을 중요시하는 파울. 하지만 정작 아들의 잘못된 행동앞에서는 어떠한 훈계도 없이 핸드폰을 몰래 본거에 대한 미안함과 조용히 미소지을 뿐이다.
작가의 의도가 인간의 이기와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거긴 하지만 파울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수 없고 욕밖에 안나온다.
유리창을 꺤 아들 미헬을 훈계하는 주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부분은 특히 문제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잘못에 대한 꾸지람을 들어야할때 부모가 더 흥분한다는 건 아이의 반성을 가로막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더 큰 문제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흑인차별에 대해 소신있는 의견을 내뱉는 끌레르는 또한 아들이 구타해 노숙자가 죽은 사건을 두고 "그건 정말 별일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오히려 현금인출기 부스를 제집인양 차지한 노숙자의 잘못으로 돌린다. 오히려 희생자는 노숙자가 아닌 자신의 아들이라고까지 한다. 이들 부부는 지적수준과 권리 운운하면서 정작 노숙자의 권리는 아무 연고지도 없고 없어져도 문제될거 하나없는 벌레취급을하고 있다.
가장 정상적인 인물은 수상후보인 세르게인거 같다. 당선된거나 다름없는 수상후보직을 아들문제로 사퇴하기로 결정한다.
아들 릭이 죄의식으로 무너져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없고 그냥 묻고 넘어가기에 양심을 건드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파울 아들 미헬은 전혀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다. 범죄 동영상을 보면 미헬이 주도하는 더 악랄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납득할수 없었던 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아들을 대하고 행복한 가정이 쭉 이어지길 바라는 파울부부의 모습이다.
앞날이 창창한 아들의 미래가 꺾이는 걸 결사적으로 막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죄를 지었다면
잘못에 대한 지적을 받아야하고 죄책감으로 야기되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겪어야하는게 정상이다.
모든 걸 고백하려는 세르게와 이를 막으려는 파울 부부의 음모가 스릴있게 결말로 치달아간다.
자식이 걸린 도덕적 딜레마를 칼로 딱 자르듯이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정의가 거스른 부모의 사랑은 아름답다고는
할수 없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