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안네 - 60년 만에 발견한 안네 프랑크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베르테 메이에르 지음, 문신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생각한 내용은 아니었다. 안네 프랑크에 대한 숨은 이야기에 대한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은 베르테 메이에르란 여성에 관한 것이다. 베르테는 1938년 생으로 네살때 온 가족이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갔지만

어린 여동생과 단 둘이 살아남은 생존자다.

베르테는 안네 프랑크와 이웃에 살았던 또래 친구였다. 그녀는 여동생 폴리와 안네, 안네의 언니 마르고와 함께 베르겐 벨젠수용소에서 보냈다.

내가 알고있던거와 달리 안네는 가스실에서 죽은게 아니라 병으로 죽었다.

악독하기로 소문난 베르겐 벨젠의 막사는 잔혹하고 끔찍하다. 산 사람의 배를 갈라 간을 꺼내먹는 사람도 있고, 베르테와 안네

같은 고아들은 시체들 더미 사이에서 시간을 보냈다.

베르테는 안네가 매우 상냥하고 말을 잘하는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늘 동화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훗날 이런 의문이 종종 들었다. 안네가 그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더라면 저널리스트나 전문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안네의 일기 속편은 어쩌면 완전히 다르게 쓰였을지 모른다. 낙천적인 면이 줄어들고 회의적인 면이 더 많아졌으리라.

 

베르테는 수용소에서 나온 뒤 그 곳에서의 경험을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 심지어 거의 최근까지. 살아남은 친척들도, 고아원 학교의 친구들도 모두가 그 이야기를 꺼렸다. 본인은 말하고 싶어도 그런 분위기때문에 속으로 누르고 압박해 왔고 그것이 스트레스와 병으로 왔다. 

그녀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생존자들도 어디가서 속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하면서 살고 있었다.

 

베르테는 그때의 사건이 생존자의 남은 삶 평생에 미친 영향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에 이 책을 쓴 것이다. 그리고 그 날들을 기억하는 몇 남지 않은 생존자이기도 했다.

아주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고아원, 이십대, 가족, 결혼, 종교, 학업, 연애, 일등 소소한 기억들까지 꺼내 담담하고 세세하게 고백하는 그녀 삶의 이야기이다.

그 내용중에 정신적 외상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수용소로 끌려갈때 탔던 기차는 인원초과로 발 디딜틈이 없었고 주변에 배설물 천지였는데 그 기억때문에 버스나 비행기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 할때마다 과호흡증후군이 온다. 그럴때마다 발룸이라는 약을 먹고 제정신이 아닌 몽롱한 상태에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부모가 죽었다는 사실을 맘 어딘가에 눌러놓고 고아원 문 앞에서 부모님이 찾아오길 기다렸다. 부모의 사망을 받아들이고 여동생과 자신의 삶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고독함과 외로움에 시달리고, 유대인 추모식마다 찾아오는 슬픈 감정과 과호흡 증후군때문에 거의 평생을 고생한다.

또한 더러운 막사에서 얻은 바이러스가 훗날 문제가 되어 몸의 건강도 헤쳤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면서 놀라운 것중에 하나가 유대인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교육과 후원이다.

끔찍한 집단 학살을 겪고도 살아남은 고아생존자들을 고아원 학교에 보내어 스위스 명문학교 부럽지 않은 교육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살던 네덜란드의 라렌 지역에는 예술가들이 많았다. 시인, 작가, 화가, 건축가 등등 예술가들과 어울리면서 나중에 예술학교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어서도 예술분야계의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때 배워두었던 사진 기술, 글 솜씨 등을 살려 푸드스타일리스로 활동한다. 수용소에서 죽는것보다 무서운게 배고픔이라는 걸

단단히 깨달았기 때문에 먹는 거에 대해 유독 많은 관심을 가졌다. 지금도 대형 냉장고에 엄청나게 많은 음식재료들이 항상 가득 차있다고 한다.

이런식으로 생존자들은 스스로 위안삼는 모습을 보여준다. 베르테의 이모는 항상 호화보석과 모피에 집착하고, 첫번째 남편은 날마다 술에 취해 있다. 각자대로 나름의 외상들의 짐을 지우고 위로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이 인상적이었다. 70대에 접어든 베르테는 여전히 그 공포와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본다.

 

이번이야말로 나의 과거와 화해할 기회라고 내게 다짐하듯 말했던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화해는 없다. 내가 죽는 날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p382

 

안네프랑크는 베르테와 같은 동네에 비슷한 또래인데다 같은 벨젠 수용소에 있었다. 아마 그녀가 살았더라면 같은 베르트흐스티흥티의 고아원 학교에 갔을 것이다. 베르테의 삶에서 안네를 그려볼수 있다는게 책의 의도라 생각한다. 아마 안네도 정신적 외상으로 고통받는 삶을 피해갈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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