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매주 굳건히 스테디셀러에 올라가 있는 덕에 덕혜옹주를 알게됐다.

고종과 비운의 민비 명성황후는 사극, 뮤지컬 연극으로 많이 접해본지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아는 역사적 인물이다. 그런데 덕혜옹주는 교과서에서 아주 얼핏보고 지나쳤던 기억 뿐 그마저도 거의 가물가물 하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녀라는 것에 내 관심을 끌었다. 이런 인물이 있었나? 대체 어떤 사연이 있을까. 책을 보면서 영화 마지막 황제가 떠올랐다. 어린나이에 중국의 황제 자리에 올라 모든 권력의 중심이며 호화로운 궁중의 주인으로써 모든 것을 가지고 누렸던 사람이 왕정이 공산당에 무너지면서 말년에는 정원사로 근근히 삶을 보내게 된 역사 속 실제이야기이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더 뭉클하게 하고 소용돌이 치는 역사의 힘이 크게 느껴지게 한다.

어쨋든 수백년동안 나라의 근간을 이루었던 왕조인데 하루아침에 일본의 속국이 되어 왕가의 지위가 무참히 짓밟혔을때 온 나라와 국민의 자존심과 울분이 들끓었을 것이다.

고종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인 덕혜는 오빠 영친왕처럼 볼모로 일본에 끌려가다 싶이 했다. 강제로 일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딸 정혜를 낳았지만 남편과 진정한 교감을 나누지 못했다. 항상 조선을 그리워하며 매화꽃을 그리면서 그 아픔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정혜가 조센징이라는 놀림을 받고 덕혜에게 조선이 싫다고 소리쳤을때는 나머지 희망의 끈마저 끊어져 버림을 느끼고 홀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둥둥 떠있는 섬과 같이 느꼈다.

결국 남편에 의해 정신병원에 가게 되고 독방에서 10년동안 있게 된다.

창덕궁에서 생기발랄하고 아름다웠던 옹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마르고 지쳐 초췌해진 모습만이 남았다. 나라를 잃은 설움, 일본에 대한 분노, 한 나라의 공주에서 일본의 한낮 부인으로 떨어진 신분에 대해 상처받은 자존심과 비참함으로 온갖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 그것도 타국에서 강제로 갇힌 채. 차라리 조선사람과 결혼을 했더라면 서로 통하고 위로받는 치유가 있었을 텐데, 원수같은 일본 사람과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나라에 대해 동일한 감정을 갖지 못해 서로 닫혀버릴 수밖에 없었다. 둘 사이의 정혜가 유일한 교류이자 일체가 될 수있는 통로였지만 일본교육을 받은 딸은 정혜라는 조선식 이름마저 증오하고 부끄러워 한다.

책은 어디에도 기대고 숨을 틀 곳 없었던 덕혜옹주의 삶과 감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볼모로 잡힐 동안 한국도 일본도 전쟁을 치르고 변화의 진통을 겪으면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끝내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병원에 방치된 채 있을때 애국청년당 중 박무영과 형 김을한의 도움으로 빠져나가 드디어 몇십년만에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궁에 머물면서 눈이 부신 어느 날 눈을 감았다.

세상이 기억하지 못한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있었구나, 참으로 외롭고 가슴아픈 삶을 살았구나 하는 내용의 소설이지만 뭔가모를 슬픔과 뭉클함의 여운이 길게 남는것 같다.

나라의 희생양이자 여린 여자의 몸으로 국가잃은 서러움과 절망을 고스란히 덮어쓰고 감당해낸 인물이 역사 뒷편에 방치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같다.

역사는 우리가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역사의 아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덕혜옹주의 삶을 우리가 기억해야하지 않을까.

-나는 낙선제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싶습니다.

                                                                                    -덕혜옹주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