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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아 쿠피 - 폭력의 역사를 뚫고 스스로 태양이 된 여인
파지아 쿠피 지음, 나선숙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파지아 쿠피. 그녀는 현재 아프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국회의원이자 여성 최초 부의장을 지내고 있는 여성이다.
파지아가 대표하는 곳은 그녀의 고향인 북부의 바다흐샨이다. 가장 외지고 가파르며 가난한 지방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70년대 존경받는 의원으로 정치인 집안에서 다복하고 부유하게 자랐다. 하지만 그 행복했던 시간은 아주 어린 날에 끝나고 말았다. 어지러운 내전 중에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온 가족이 살해의 위협을 받으며 도망가야 했다.
그 당시는 민족 조직원들이 국내에서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었던 소련을 내쫓았다. 하지만 서로 권력을 잡기위해 그들 사이에 무자비한 내전이 벌여졌다. 이들이 무자헤딘이다. 무자헤딘은 길거리에 무차별로 총과 로켓포를 쏘아대며 시민들의 위험은 안중에도 없었다. 여자들은 목숨걸고 야채를 사러 나와야 했고 택시는 날아드는 폭탄 사이사이를 운전해야 했다. 그 상황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나올 수밖에 없던 이들이 참으로 불쌍하다.
이런 전쟁과 폭력 중에 파지아는 영어수업을 받으러 목숨걸고 집 밖을 나왔다. 딸의 수업을 허락한 그녀의 엄마 또한 대단하며 남다른 의식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평소 배움에 대한 열망과 당당한 사회의 여성이 되고자 했던 그녀였다. 의사가 되기위해 의대에 진학했지만 무자헤딘보다 더 무섭고 악랄한 세력이 이를 좌절시켰다. 바로 탈레반이다.
남부의 종교학교에서 시작됐다는 탈레반의 탄압은 정말로 끔찍하다. 여성의 교육을 금지시키고, 남자를 동반하지 않고는 거리를 못나가게 한다. 또한 눈만 내놓고 다 덮어버리는 부르카를 입어야 한다. 아주 작은 꼬투리라도 발견되면 쇠와 무기로 여자를 그자리에서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탈레반은 2001년 미국 쌍둥이 빌딩 테러가 있기까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아프간 전 지역에서 폐악을 저질렀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를 빈 라덴과 동일시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신의 이름으로 뭐든게 허용되는 극단주의의 무서운 국가정도로 생각했는데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에게 미국보다 더 심한 공포의 대상이었음을 알게되었다.
그녀가 바다흐샨 대표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기 까지 겪었던 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버지가 살해됐고 그 후 오빠 무킴 역시 무참히 죽임을 당했으며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또한 탈레반에 의한 무고한 옥살이를 겪고 병을 얻어 죽었다. 남편은 그녀 평생 아픔과 한으로 남은 일이었다.
나라에 대해 증오를 품었을만도 한데 오염되가는 아프간 본연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무엇보다 주변의 가난과 무지한 사람들에데 아픔에 안타까워했다. 유엔의 자원봉사자를 자처하고 유니세프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아프간의 귀중한 일원이 되기를 끊임없이 노력했다.
여자는 아무소리도 못내는 국회에서 당당하고 직선적으로 의견을 내뱉고 미국에게 도로 보수기금을 지원받는 등 그녀는 현재 부패와 불법이 만연한 정치 속에서 희망의 태양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모든일이 90년대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너무 놀랍다.
실제로 직접 보고 겪은 폭력과 희생을 그녀는 담담하게 비통하게 내뱉고 있다. 그래서 아프간의 현대사를 생생하게 알 수있었던 점이 좋았다. 특히 아프간 사람들의 문화와 아픈 실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를 7명두는 일부 다처제, 여성들이 입는 부르카, 총탄 속에서 운행하는 택시들. 한번 삐끗하면 추락하는 가파른 도로들.
가족을 잃고 목숨의 위협 속에서, 더구나 여자의 인격이 가축과 비슷한 나라에서 국민의 인권과 교육을 외치는 그녀를 보면 인간의 삶이 귀중하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엄마로써 정치인으로써 그녀의 삶은 감동적이다.
"사람들은 요즘 나를 여자이기보다 정치인으로 인식한다. 난 이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