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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일주일
조너선 트로퍼 지음, 오세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 뉴욕의 베스트 셀러 소설가 조너선 트로퍼의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된 작가다. 앞으로 자주 읽게될 것 같다.
그의 다른 작품 제목들을 훑어보니 이 책을 포함해서 대부분 남자 주인공의 내면과 감성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그의 스타일인것으로 보인다. 남자친구나 남편의 마음과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꽤 될것같기도 하고 물론 재미도 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가족이 어머니의 집으로 모이게 된다.
주인공 나는 이 집의 둘째 저드 폭스먼이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형 폴과 누나 웬디, 남동생 필립과 어머니가 한 자리에 모였다.
장례를 마친 후 아버지의 유언대로 유대식 장례의식인 시바를 치르기 위해 일주일간 어머니 집에서 더 머물러야 한다. 시바는 우리나라의 삼우제와 문상을 합한거와 비슷한 건데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일주일간 사람들의 조문을 받는 것이다.
이 일주일 동안에 요일과 시간에 따라 일어난 사건과 삶을 서술한 것이다.
일인칭 화자인 저드는 침대에서 아내 젠이 자신의 상사와 함께 뒹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끔찍하고 힘든 상황인데 유머러스한 표현과 남자들 특유의 거친 입담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은 저드가 맞이한 상황을 통해 결혼과 가족, 나아가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그 안에서 남자의 솔직한 내면을 엿볼수 있다. 결혼에 대한 분노, 여자에 대한 욕망, 혼자인것에 대한 외로움과 두려움.
짧지도 않지만 결코 길지만도 않은 일주일의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남을 느꼈다. 특히 떨어져 지냈던 가족들이 만났을 땐 더욱 그러하다.
처음엔 서로 얼굴 맞부딪히는게 영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그동안 쌓인 앙금을 풀게된다.
아내의 외도로 괴로워 하던 저드는 함께 추억을 간직한 형과 이웃 친구들을 하나씩 되새겨본다. 개에게 목과 어깨의 인대근육을 뜯긴 후로 훌륭한 야구선수로 이름을 날릴 거란 예상을 빗나간 형 폴. 역시 남자답고 멋있지만 불의의 싸움에 휘말려 곤봉으로 머리를 맞은 뒤 머리에 문제가 생긴 이웃 호리 형, 불과 몇일 전까지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인생이란 한 치앞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을 몸소 다시 꺠닫는다.
시바를 지내 던 중 아내 젠이 찾아와 저드의 아이를 임신한 소식을 알린다. 젠 역시 혼자가 되었다. 아내에 대한 분노와 배 속의 아이에 대한 알 수없는 혼란한 감정 속에서 자신이 아직까지 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시바 첫날에 아내와 집을 잃은 불쌍한 처지에서 다시 예비 아기아빠로서 의례를 마친 저드는 다시 한번 변하는게 인생이라는 것을 느끼며 웃지 않을 수없다.
소설은 시종일관 웃기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올수 밖에 없는 인물들의 솔직한 말투, 남자들만의 건조하면서 유머있는 입담이 솜씨좋게 뽑아져 나온다. 그런데 마주친 현실과 처지는 슬프다. 알고보면 우리 모두가 겪는 삶이기 때문에 더 슬프고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가슴아픈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 뒤에 느껴지는 슬픔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시바가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달리는 차안에서 소설을 끝맺는 저드의 이 말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지만 혹시 올지 모르는 희망을 잡고 어쨋든 잘 살아내려하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