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아리 장편소설
전아리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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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버릴 정도로 너무 재밌는 소설이다.

작가가 나와 비슷한 20대 중반의 나이라서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고등학교때부터 청소년문학상 등 여러개의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고 이미 그때부터 문학천재라는 수식어를 얻은 인물이었다.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산골 바닷가의 한 동네 친구들인 고등학생 진철, 재문, 기완, 해영, 유성은 늘 함께 뭉쳐다닌다. 한 냄비에 숟가락 부딛쳐가며 밥을 비벼 먹고, 학교 끝나면 모여서 여자얘기해가며 우정을 다지는 서로 똘똘 뭉친 사이였다.

어느 날 이들 우정을 뒤흔들어 놓는 사건이 찾아왔다. 기완의 고백을 비인격적으로 무참히 짓밟은 앤을 혼내주기 위해 버려진 화원으로 앤의 친구와 앤의 전 남자친구를 유인하는 문자를 보낸다. 앤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위해 꾸민 복수였기 때문이다. 의도치않게 등장한 앤은 멋모르고 온 친구의 머릿채를 휘잡으며 분위기가 격렬하게 흘러가고 이에 5인방이 튀어나와 말리는 과정에서 앤이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즉사한다. 모두들 도망간 가운데 붙잡힌 기완은 친구의 이름을 불지 않았고 결국 감방가서 혼자 책임지게 된다.

세월이 흐르고, 각자 직장을 잡고 살아가던 중 기완의 연락으로 이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사건에 있었던 앤의 친구 주홍도 포함된 이 모임에서부터 내용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 해영과 연예인이 된 주홍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책을 보면서 너무도 쉽게 허물어지는게 인간관계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서로에게 약점잡힌 비밀은 누구하나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괴물처럼 끔찍한 관계로 바뀌어 버린다.

앤의 사건만 빼면 이젠 아무것도 아닐 이들 관계가 어디까지 몰아 붙여지는지, 서서히 끝으로 치닫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유별나게 주홍의 모든 것을 돌봐주고 통제하려는 해영의 행동은 아버지에게 눌리고 무시당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모텔에서 몸을 파는 매춘부들을 주로 봐왔던 유성이 여자라면 무조건 인상쓰고 부정적으로 보듯이 말이다.

뒤의 놀랄만한 반전은 충격과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비밀과 배신이라는 매력적인 요소와 스릴감은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만든다.

기대보다 재밌는 만큼 오래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될 거같다.

책을 다 읽고나서 거미가 촘촘히 친 거미줄에 먹이감 곤충들이 걸린 그림이 떠올랐다.

 

이 모든게 정말 앤 때문일까? 

 

"너희들은 결국 서로를 믿지 못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서로가 있어서 알리바이를 만들고 무사히 버틸 수 있었지만, 각자 혼자만 살아남길 바랐던거지." 

 

"살면서 머리 좋은게 제일 잘나고 대단한 것 같지만. 천만에, 똑똑한 놈보다 무서운 건 자기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인간이야. 이성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아주 다른 인간처럼 보일 수 있는 놈들 말이야."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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