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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정화진 옮김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뒤죽박죽 생일파티 대소동,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책, 창비출판사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님은 내 인생 첫 그림책 작가님 이시다. 4년여 전 그림책 활동가 라는 타이틀로 수업을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나는 그림책이 뭔지도 몰랐고 혼자 갔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누구에게 묻지도 못하고 혼자 개강하러 다녀와서 그림책이 뭘까 낑낑 거렸다.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을...!
그러고 도서관이라는 곳에 약 10년여만에 방문했다. 도서관이라 함은 학교 다닐 때 그저 과제를 위해 , 레포트를 위해, 그 주에 필요한
책들만을 급급하게 검색하고 뽑아냈던 곳이다.
내가 원하는 책만 뽑아서 봤기에 도서관 사용법을 몰랐던 거다.
그날도 나는 사서분께 물어봤음 속 시원한 답을 들었을 것을... 혼자 컴퓨터 검색대에 서서 검색을 했다.
그.림.책.
딱 1권이 나왔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에게 묻다. 라는 최혜진 작가님의 책이었다.
당장 그 책을 빌려왔고 읽어나갔다. 그곳에서 맨 처음 본 작가님이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였다. 그러고 작가님의 책을 한권 한권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때 알게 된 책이 아주 작은것.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이었다. 나는 작가님의 그림도 좋고 이야기 구성도 좋아했다.
부족해도 괜찮다니~ 이런 놀라운 말이 다 있나. 이제껏 다 맞아야한다, 1등만이 살 길이다. 최고여야한다, 더 노력해야지, 그걸로는 부족해, 최선을 다 안 했구나
이런 말만 듣고 살아온 내게 너무도 따스하고 행복한 말이었다. 이렇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님은 내게 포근함을 선사해주었다.
뒤죽박죽 생일파티 대소동은 그저 작가님의 책이라면 좋아서 원서로 먼저 구입했던 책이다. 그림만 쭉쭉 보다가 이렇게 한국어판으로 보니 더욱 좋았다.
표지의 제목에서는 뒤죽박죽이 되었다는데 주인공 아이는 너무 신나하고 있다.
내가 내 아이에게서 찐 웃음을 바랄때가 있다. 어릴 때는 돌고래가 내는듯한 데시벨의 찐웃음(뒤로 넘어갈 듯이 숨 넘어가며 웃는 내 아이만의 진심 웃길때 나오는 웃음)이 하루에도 몇번 씩
나왔었는데, 요즘은 듣기가 힘들다.
생일에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는 주인공.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상태의 부모.
하루에도 아이를 위해 해 줄 일이 정말 너무도 많다. 등하원, 숙제봐주기,빨래, 밥, 간식, 장보기, 목욕시키기,,,
하지만 아이가 정작 원하는 건 자신과 신나게 노는 시간 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내 눈앞에 벌어진 산더미같은 일들을 뒤로 할 수가 없다.
나 역시도 내 아이에게 저런 눈빛의 부모이지는 않을까 반성하게 하는 페이지였다.
생일하면 참 기대하는 게 많아지는 시간같다. 내가 세상에 나온 기쁜 날. 그것보다는 그 날이 주는 그 행복감. 그날을 기다리는 그 마음.
생일파티를 어떻해 할까. 누구를 초대할까. 무얼 먹을까. 무얼 사 달라고 할까 이런 것들 말이다
나도 어릴 적 생일 파티를 한 기억이 있다. 기억인지 사진으로 기억하는 건지는 좀 헷갈리지만 말이다.
모두가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 와 주고 나를 위해 모이고 나로 인해 모인 사람들이 함께하는 자리.
지금도 역시 갖고 싶은 시간이다.
생일이 별건가 싶어지는 나이가 오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생일이 주는 설레임이 있다.
주인공에게 잊지 못할 파티를 열어준 아저씨가 궁금하다. 자세히 보면 허리춤에 열쇠꾸러미를 한 무덩이 차고 계시다.
혹시 서커스를 갖고 있는 분? 아니면 폐쇄된 동물원의 관리원?
생일에 동물친구들을 초대할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어려운 시간들을 겪은 이후 가족들은 더 똘똘 뭉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