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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평점 :

1. 비전문가인 필자가 세계사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유럽인의 관점에서 짤막짤막하게 정리한 역사교양서.
2. 최근에 나온 비슷한 책으로 '사피엔스'를 들 수 있겠다. '사피엔스'가 대체로 시간 순으로 전 인류에 영향을 미친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영웅, 악당, 도시, 예술 등 딱히 일관된 흐름은 없는 각각의 주제들에 대해 역사적으로 - 또는 필자에게- 의미있는 사건들을 짚어나가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사피엔스가 거시적 통찰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미시적 사담이라고 해야 할까?

3. 특이한 점은 매 주제별 챕터 말미에 일종의 'Best 10' 리스트를 추려놨다는 거다. 예를 들어 악당 챕터의 본문에서는 히틀러와 나폴레옹을 주로 이야기하고, 말미에 필자가 생각하는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악당 10선과 그 이유를 싣는 식이다. (악당에 간디가 -카스트를 적극 지지했다는 이유로- 포함되어 있는 게 재밌긴 하다.)
4. 원제인 'weltgeschichte'는 찾아보니 세계사라는 뜻인데, 제목에 들어있는 '~~ 농담'은 아마도 한국어판 제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거 같다. 제목만으로 느껴졌던 뉘앙스는 뭔가 세계사를 새롭게 비틀고 그 과정에서 위트가 막 분출되는, 그런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딱히 개그스럽다든지 웃음이 터진다든지 했던 책은 아니다. (날 웃길려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정도는 되어줘야 한다.)
5.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유명하지만 실제와 다르게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의 에피소드들에 대해 다룬 부분이었다. 그중에도 눈이 번쩍 뜨였던 것은 이거다. 웰즈의 우주전쟁 라디오 방송 당시 많은 런던 사람들이 실제 상황으로 알고 패닉에 빠졌다는 일화는 어릴때부터 찰떡같은 사실로 믿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몇명 듣지도 않은 작은 라디오에서 방송되었었고, 패닉 운운하는 내용은 나중에 출판사에서 마케팅용으로 부풀려서 얘기한 것이 현재에까지 이르렀다고. (이건 진짜 화가 난다.)
6. 중간중간 필자의 새로운 시각들이 들어있긴 하지만, 각 챕터가 너무 짧은 관계로 깊이 있는 내용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게 아쉽긴 하지만, 반대로 대개 역사교양서라고 하면 목침 두께의 책들이 많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