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은 외동이며, 이제 겨우 8살이다.
애석하게도 양가 할아버지들의 사랑을 받은 적도 없고, 할아버지란 존재를 몰랐다.
딸아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엄마인 나 또한 할아버지의 사랑을 모르고 컸고, 조부모님의 사랑이 뭔지 모르니
막연한 사랑이다.
다행히도 딸아이는 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 잘 크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친정엄마는 요즘 부쩍 체력이 떨어지시고,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시다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치매만을 걸리지 않기를 기도하신다. 자식들 힘들어하기 싫으시단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하는 치매환자들을 보면 하나같이 슬프고, 지친 가족들만이 보인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 부모, 형제라면 어떨까란 생각을 한 번쯤 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 관심이 갔다. 이 책을 통해 치매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싶었다.


할아버지를 보는 피도의 시선이다. 할아버지는 보물을 모으고,
침대에 앉을 자리도 없이 꽉 차 있고,
엉뚱한 상상을 한다. 어른이라면 그런 일은 하지 않고, 피도가 했다면 혼날일들 이다.

점차적으로 일상에서 겁쟁이가 되고, 피도도 못 알아보며, 불같은 화내고 떼쓰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점점 갓난 아이가 되어간다. 사람들에게 소외되어간다.
할아버지는 피도의 사랑을 느꼈을까? 피도와 있음 편안함을 느낀다.


할아버지는 손등으로 내 빰을 쓰다듬어요.
세 번, 네 번,
그러고는 몸을 구부린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면서 말해요.
"내 등엔 정원이 있어.
거기에 나무와 꽃들이 자란단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 할아버지의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다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 손자이기에~
아쉬운 점은 이야기가 갑자기 끝나버려서 ...앞장을 몇 번이고 다시 보고 확인해야 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서 아이가 묻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거야?
딸아이는 아직 치매라는 병을 이해하기 힘든 나이 8살인가 보다.
"엄마, 할아버지가 왜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해? 할머니 옷장에 오줌을 누었다며 재밌다고 웃는다.
고양이를 왜 여자로 알지?라고 질문도 던지더니, 무섭다고도 하고, 무서운 병인 거 같다고 한다.
그리곤, 내 눈을 바라보면, 엄마는 안 걸리면 좋겠다고 말하며, 다른 재밌는 놀이를 찾아간다.
며칠 전에 "코코" 애니를 딸아이와 봤다. 그 영화에 치매 걸린 할머니가 등장한다.
주인공 코코의 증조할머니는 치매였다.
책을 본 후라서 딸아이는 치매란 병에 대해 조금은 이해를 하는 거 같았고,
클라이맥스 부분부터 끝날 때까지 숨넘어갈 듯 한참을 울었다. 옆에서 토닥거려줘야 했다.
이날 모녀가 눈물바람을 한 날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사람이 언제 죽는 줄 알아? 총이 심장을 뚫었을 때? 아니... 누군가에게서 잊혔을 때"
치매란,
누군가를 잊어간다는 거.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피도까지도 잊혔진 사람이 되는 걸까?
슬프다. 가장 슬픈 병인 거 같다. 치매는....
요 근래 지인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면 한참을 같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 8살 된 딸아이는 치매란 병을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있는 거 같다. 나 또한 좀 더 긍정적으로 치매란 병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진다.
개인적으로 책의 그림이 너무 좋다.
부드러운 색채와 현실성 있으면서 재치 있는 캐릭터들로 무거운 소재와 다르게 편안하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