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처음에는 좀 아찔했지만
알렉산드라 라인바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지은이 알렉산드라 라인바르트

독일의 광고쟁이이자 에세이스트,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유쾌하게 만드는 다양한 실험을 해본 뒤에 그 경험담을 책으로 펴내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옮긴이 유영미

연세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른을 넘어 늦은 결혼과 출산과 육아로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이제야 조심 한숨 돌린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동네 커피가게에서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다 문득 너무 외롭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뻔했던 적이 있었다. 그저 소소한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전화기를 뒤져봐도 그런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학교 학부모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편인 나는 마흔이 훌쩍 넘어버렸고, 나보다 어린 친구 엄마 중엔 띠동갑도 있었다.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고, 20대, 30대의 나의 발랄함과 사교적이었던 성격도 정반대가 되어버렸고, 인간관계에서도 정서적, 신체적 피곤함이 먼저 든다.

반 모임에 가끔 참석하는 날이면 기진맥진이다. 가고 싶진 않다.

아이 친구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거 같다. 적응이 안 되는 건 세대 차이인가?

나는 왜 이럴까? 나는 뭐지? 나는 누구지? 9년이란 세월 속엔 나의 흔적이 없고, 기억도 없고, 체력도 1년이 다르게 바닥을 치고, 때론 하루 종일 아플 때도 있다.

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마흔, 처음에는 좀 아찔했지 만을 읽으면서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다.

이제 본문으로 go go

차례를 보면 더욱더 공감이 가는 소제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소제목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재미나고, 공감되고, 때론 위로가 되었다.

이 글들 중에서 현재 나에게 가장 공감이 되는 글을 소개하고 싶다.

 

나이 들면서 생겨난 새로운 현상들 중 하나는 변화를 싫어하게 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일상이 흔들리는 걸 점점 꺼리게 된다.

손님의 분문이 걸어질수록 주인이 힘들어지는 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에서 비롯된 매우 인간적인 태도다.

 

나이 들면서 생기는 또 하나의 변화는 부모와의 관계다. 말 그대로 근본적으로 변한다.

예전에 그렇게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렸던 부모들은 이제 약해지게 된다. 갑자기 안경을 대동실에 넣어놓게 되고, 전화를 하고서도 왜 전화했는지 용건을 잊어버린다. 자식을 부를 때도 사촌 이름이나 이모 이름, 형제 이름이 먼저 튀어나오고 때로는 강아지 이름을 들먹이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잠시 침묵하다가 겨우 제대로 부른다

언제부턴가 부모가 아닌 자기 이 더 이성적인 역할한다

1단계 : 부모로부터 탯줄 끊기(감정적, 정신적으로 독립하기)

2단계 : 눈높이에서 의사소통하기

3단계 : 그들을 돌보기

 

새로운 우정은 그리 쉽게 생겨나지 않는다. 바보들에 대한 인내심을 다룬 첫 장을 보라. 나이가 들면 일찌감치 걸려내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뉴 페이스를 만나더라도 우정이 쌓이기는커녕 체가 달그락거릴 뿐이다. 어쩌다 "어라? 애는 좀 괜찮네" 싶은 사람을 만나도 우정까지는 여전히 멀 길을 가야 한다.

우정이라는 건 절대로 급하게 생겨나지 않는다. 친구가 되려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나이 먹을수록 친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계속해서 새 친구가 생기는데도 세울 이 흐르면서 친구 규모는 쪼그라든다. 쉰이나 예순부터 그런 게 아니라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일찌감치 그렇게 된다. 대략 5년에 한 명씩은 줄어든다.

친구는 행복에 있어 사랑보다 중요하고, 건강에 있어 운동보다 중요하다.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고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한사람 또는 두세 사람! 내가 행복해지는 것 외에는 네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들! 이런 친구는 많지 않다. 근처까지 오는 사람은 마을버스 정류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10대들처럼 많지만, 진정한 친구는 아주 드물다.

 

세월이 흐르면 신체가 노화하는 게 당연하다.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가 조금씩 희끗해진다. 나 역시 머리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느 정도까지 말이다.

하지만 마흔이 넘기자마자 하루아침에 신진대사가 저하될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내 몸이 마치 깜박이는 촛불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치직 거리다가 순식간에 그 존재를 마감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마흔 살이 되기 전과 비슷한 식사법을 유지했으니, 신체가 반란을 일이 킨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도넛은 배에 쟁여놓고, 칩으로는 장딴지에 쿠션을 넣고, 쇼콜라는 엉덩이로 보내버렸다. 옥수수 한 알이 냄비 안에서 뻥 튀겨지듯.

게다가 축 늘어진 배는 또 어떻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 모양이니 이제는 정말 운동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엔 새로운 노화 증상 하나가 추가되었다. 저녁에 느끼는 공복감이 이상할 만큼 줄어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일상에 대한 관찰력이 예리하고도 깊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써진 책이라 재미나게 읽었고, 독일사람들도 우리랑 생각이나 행동도 똑같구나ㅋㅋㅋㅋ

모든 글들이 격하게 공감이 가면서도 나만이 아니라 마흔이 된 모든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겪는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내가 마흔이라 혼란스럽지만, 혼란스러워만 했던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위안도 받으면서

마흔, 내 나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거, 그동안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나의 소중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지고 살지 못했다는 거다.

이제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

치열하고 상처받고 아팠던 20,30대를 잘 지나온 마흔

나 자신과 주위를 더 알게 된 마흔

마흔을 긍정적으로 즐겨봐야겠다

#마흔처음에는좀아찔했지만

#악렉산드라라인바르트#뜨인돌#허니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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