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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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싫어한다. 가슴을 후벼파는 명문장 한 두 줄은 좋아하지만 알아듣지 못하게 난해한 말들의 조합으로 이뤄놓은 시들은 싫어한다. 그것을 주저리주저리 읽고 있는 것도 싫어한다.

얼마 전 우리 마을학교에서 시쓰기 수업이 있었다. 그래도 한때 시 비슷한 걸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들어는 봐야지. 들어만 볼 요량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매주 한편씩 시를 쓰고 있었다. 시를 쓰고 있는 나를 신기해 하면서 간략하게 압축한 말의 묘미를 알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기성작가의 시를 읽는 것은 두렵다. 한눈에 알아먹지 못할 문장들에 기가 죽거나 혹은 공감안되는 한가로운 소리에 화가 나거나 너무 뻔해서 유치해 보이거나 여튼, 시를 읽는 것은 나에게 두려운 행위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봤다. 나는 이제 시 한번 써본 사람이니까. ㅎㅎ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유명세를 믿었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내 20대 오랜 동안 회자된 시를 쓴 사람이니까.



편안해서 읽기가 좋다. 우물가에서 쌀을 씻다가도 쌀보다 별을 찾는 시인의 감성이 좋다.

정호승 시인의 시에는 새, 꽃, 별, 하늘 등의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갈수록 기본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시대, 삶이 점점 팍팍해져 꽃과 바람과 하늘과 별을 제대로 바라보기 힘든 시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예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이리저리 헤집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미움과 연민이 교차한다. 그냥 내가 먼저 숙일까. 좋은게 좋은걸로 잘 지내면 되지 않을까.
실망이 쌓이고 미움이 쌓여 끝내 이별을 결심하고 나서도 마음은 다시 흔들린다. 다시 돌아갈까. 좋았던 때도 있었는데. 아니야. 확실히 잊을거야.
독한 말들로 크게 다짐할수록 마음은 정 반대라는 것을 안다. 시인은 거친 급류가 휩쓰는 사랑의 감정을 한발짝 떨어져 편안하게 바라보며 절벽 끝에 홀로 앉아 차를 마실 거라고 하지만 그것은 이뤄지지 않을 다짐으로 보인다. 시인의 마음 속에 아직도 감정이 용솟음치고 거칠게 돌진하는 소년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슬퍼런 박근혜 정부 아래서 우리는 다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말로 내뱉지 못하고 거의 포기할 때쯤 분노는 터졌고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기대하지도 않았을 때, 기대하지 않았을 때 봄은 온다. 유난히 포근했던 겨울,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찾았던 사람들은 다음 선거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봄을 쟁취해 냈다. 
지금도 많은 미디어들은 쓴소리하는 사람들에게 이성적이지 못하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프레임을 씌어 어떤 말이든 해보려는 시도를 막으려 든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맞을 때가 있다. ‘허옇게 속살까지 드러난 분노의 상처를 결코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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