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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Rose 8 春の贊歌 (コミック) Under the Rose (コミック) 8
후나토 아카리 지음 / 幻冬舍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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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한글로 번역된 언더더로즈를 보기 시작했는데, 4권/까지 나오고 절판됐다.

일본인 저자가 더 이상 한국에 판권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블로그에 누군가 스캔본을 올려서 그렇다는데, 숨겨진 이유는 다른 것도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만화책값은 4500원,

일본에서 만화책값은 할인받아도 그 두 배가 넘는다.

 

수출에이전시, 일본 출판사, 한국출판사, 번역가를 거치면 일본작가의 손에 쥐어지는 고생한 대가는 한국에서는 너무나 적다.

 

그런 찰나에 해적판 사건도 터졌으니,

정나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각설하고,

 

2015년까지 기다리다가 일본어로 된 책을 직접 사기 시작했다.

 

그림 위주로 보면서 독학을 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네이버 블로그에 그림 없이 친절하게 내용 설명만 해 준 은인이 계셔서 대강의 내용은 파악할 수 있었다.

 

한자를 조금 아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내용은 영국 귀족 집안의 콩가루 막장 깽판 집안 역사이다.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인들은 영국을 정말 좋아하고 동경하고 부러워하고 있다.

 

다른 유명 만화 흑집사, 엠마를 포함하여 셀 수 없는 일본 만화책들이 배경으로 영국을 그리고 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그런 분위기애 조금 젖어서,

 

인형 이름까지 서구식 이름만 지어 줄 정도였다.

 

소꿉친구가 그냥 순이, 영이 이런 식으로 인형 이름을 짓자고 했지만 어린 나는 완강했다.

 

그 땐 왜 그랬나. 지독히 사대주의에 세뇌된 거 같다.

 

그렇다고 이 만화가 영국을 대상으로 한 것을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니, 오히려 등장인물들이 천황에게서 작위를 받은 "일본식 백작"이었으면 처음부터 이 만화를 펼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마음 속으로는 영국 귀족 생활을 동경하나 보다.

 

본론인 내용 이야기로 들어가자.

 

백작이 백작 부인과 얼마나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했는지에 대한 20년간의 장편 대서사시를 회고조로,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가렛 "마리" 스탠리에게 털어놓는 장면이다.

 

2권 이후에도 계속 나오지만,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요약한다.

 

안나 벡켄바우어는 후작 딸로 태어나지만 집안 형편은 계속 나빠져만 간다. 아버지와의 사이는 좋지만, 어머니와 오빠, 2명의 언니 및 여동생을 돈에 미친 속물이라며 증오한다. 한편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시중을 들어준 산지기를 마음 속으로 사랑하고 있다.

 

안나가 마음 속 깊이 존경하고 유일한 대등한 상대로서 교류하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신다.

낭비벽이 많은 언니오빠여동생 때문에 집안 형편은 날로 기울어져만 간다.

안나가 21세가 되자 사교계에서 말없이 앉아 있는 모습을 아서 롤랜드 백작이 보고 첫눈에 반하여 청혼한다. 다른 여자들은 쉴 새 없이 떠드는데, 안나만이 (속으로는 불만이 많았을지라도)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기품있어 보였나보다.

 

아서 롤랜드 백작은 안나에게 청혼하지만, 안나는 단칼에 거절한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인 언니, 오빠, 여동생에 이어 어머니까지도 안나에게 부잣집인 아서 롤랜드 백작 저택으로 시집갈 것을 강요한다. 부잣집과의 결혼을 인생역전의 기회 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안나의 형제자매들이 아서 롤랜드 백작에게 돈 이야기를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19세의 아서 롤랜드 백작은 아무런 조건 없이 안나에게 백지 수표를 보낸다.

 

그러자 안나의 형제자매들이 안나를 두들겨 패고 들들 볶아서 한 번 거절했던 청혼을 번복하여 받아들이라고 한다. 안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돈에 팔려간다는 원한과 증오의 마음을 가지고 아서 롤랜드 백작 저택에 가서 청혼을 수락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후 20년 동안 삐끄덕거리는 광란에 찬 결혼생활이 계속된다.

 

귀족부인이 해야 할 일은 1) 백작 스케줄 관리, 2) 사교계에서 백작가의 위상 높이기, 3) 백작가 주변 마을 자선 활동, 4) 후계자 낳기, 5) 후계자 교육, 6) 백작가 전체의 재정 관리 등 산더미처럼 많다.

 

그러나 안나 롤랜드 백작부인은 처음부터, 오로지 4)만이 자신의 유일한 책무이고, 고귀한 후작 가 혈통을 타고 난 자신은 백작가와 결혼하여 귀족 혈통의 자식만 낳아주면, 자신이 팔려온 돈과 바꾸어 모든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는 뿌리 깊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아서 롤랜드가 선물한 결혼 반지를 강물에 던져 버리고, 가계부 맡기를 거부하며, 신혼집에 찾아온 친정 어머니를 계단에서 밀어 버리고, 집안에 틀어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는 등 지나치리만큼 특이한 성질을 20년 동안 있는대로 부린다.

 

그런 와중에도 자신이 의무라고 생각하는 후계자 낳기 활동은 계속되었으니......

 

무려 4명이나 되는 아들(적자)을 낳고, 5번째 딸은 유산함으로써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다.

 

그런데 8권에서는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려 보여준 것이다.

 

첫째를 낳은 다음에는 얼굴도 보지 않고 저리 치우라며 밀어버리고,

둘째를 낳은 다음에는 힘들어서 더 이상 못 하겠다며 창녀를 불러다 주었고,(거절하자 화병을 백작 머리에 던져 깨뜨린다.)

셋째를 낳은 다음에는 죽어버리라며 멀리 던져버렸고,

넷째를 낳은 다음에는 나머지 세 명의 어린 자녀와 말도 섞지 않는다.

 

그리고 충격! 공황! 깽판!(이름하여 충공깽)인 사실이 8권에서 드러났으니......

바로 셋째 그레고리는 아서 롤랜드 백작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나는 이것을 오점으로 생각하여 낳자마자 벽에다 던져 죽여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20년 동안 저택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는데, 셋째는 다른 남자의 아이였다.

넷째는 현재 문맥상 백작의 자식인지, 다른 남자의 자식인지 분명하지 않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동안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둘째 윌리엄은 겉모습은 아빠를 닮았지만 내면은 엄마를 꼭 빼닮은 싸이코로 자랐다. 그런 와중에서도 따뜻한 심성의 발현이 문득 문득 드러나긴 하지만.

윌리엄은 조용하고 천재적인 두뇌로 아들 중 유일하게 안나의 마음에 들게 된다.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윌리엄은 조용히 안나 곁에 머물러 안나의 환심을 산다.

안나는 윌리엄에게 바이올린도 가르쳐 주고, 차 마시는 법도 가르친다. 한편 다른 자식들(특히 셋째 그레고리)은 2주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만나주지도 않는다.

 

엄마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여자들이 롤랜드 저택에 하나 둘씩 들어온다.

 

1. 하녀 로즈-아서 롤랜드 백작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다. 신분의 차이 및 아버지 부양 문제로 커서는 저택 하녀로 일하게 되었는데, 첫째의 유모가 되어 알버트 롤랜드를 어머니보다 더한 사랑으로 길러 준다. 원래 아서 롤랜드 백작은 아이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로즈 덕택에 아이들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다정한 아버지가 되어 어머니의 공백을 메워준다.

 

2. 마가렛 "마리" 스탠리-여학교에 다니다 임시 강사로 가르치러 온 아서 롤랜드 백작(의사임)을 알게 된다.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도제식으로 의술을 (수업료 없이) 배우고자 롤랜드 저택에 들어온다.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장난치며 친구처럼 허물없이 어울리다가, 백작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아들을 낳아줄테니 첩이 되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백작은 스탠리의 미래를 위해 완강히 거절하지만, 스탠리는 마음을 돌리지 않고 집요하게 매달린 끝에 백작의 마음을 얻어 6번째 아들인 빈센트와 8번째 아들인 딕을 낳는다. 아들을 낳은 후에는 저택에 살지 않고, 저택 인근 마을에 있는 다 쓰러져가는 농가에서 살고 있다. 8권 내용은 마가렛과 야반도주(?)를 한 백작이 마가렛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3. 그레이스 킹-1권에서는 공작 딸로 나오는데, 권 수가 바뀌면서 어찌된 일인지 후작 딸로 강등된다. 사교계의 꽃이고, 모든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시인 베인즈의 아들을 임신하지만, 베인즈가 여자를 먹여 살릴 능력이 없는 한량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알고 있다. 파티에서 쓰러져 진료를 받다가 만난 아서 롤랜드 백작의 제의를 받고 롤랜드 저택에 가정교사로 들어 온다. 공작 딸(2권 이후에는 후작 딸)이 더 지위가 낮은 백작 집에서 가정교사를 하면(그 시절 가정교사는 신분이 낮은 중산층 딸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사회적 체면이 손상될까봐 아서 롤랜드 백작의 정부(첩)라고 둘러댄다. 파티에서 아서 롤랜드와 관계를 가진 것을 빌미로 태어난 5번째 아이(롤랜드 저택 기준) 라이너스가 아서 롤랜드의 아들인 척을 하는데, 아서 롤랜드는 이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받아주고,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한다. 아서 롤랜드의 아이가 아닌 것을 숨기기 위해 핏덩이 라이너스를 다 쓰러져 가는 자신의 친정으로 보내는데, 그 곳에서 라이너스는 엄마 결핍과 엄격하고 완고한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겉으로는 비뚤어진 심성을 기르게 된다. 이는 나중에 그레이스 킹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다.

 

4. 레이첼 브레넌-아이들을 돌보아 주던 마가렛 스탠리가 저택 밖으로 나가 아들을 낳고, 아서를 어릴 때부터 가르치던 미스 픽도 늙어서 요양원에 가게 된다.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칠 사람이 필요해 아서가 직접 면접을 보는데, 블라인드 면접에서 세계 5개국어 이상을 할 수 있었던 레이첼 브레넌이 합격한다. 목사의 딸로서, 아픈 남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마치 작가의 분신과 같을 정도로 독백 장면이 많다. 아이들에게 친엄마나 친누나보다 더욱 잘 해주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해고를 가장 두려워한다. 이를 일찌감치 간파한 윌리엄 롤랜드(2번째 아들)는, 16살의 나이에 무려 열 살이나 연상인 26살의 레이첼 브레넌을 위계 및 해고하겠다는 협박(?!)으로 을러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진다. 처음에는 안나 백작부인이 아서 백작에 대해 조금씩 열고 있던 마음을 다시 닫게 만들기 위한 도구로서 레이첼 브레넌을 이용하려 들었지만, 점차 16세 소년의 순정으로 가정교사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겉으로는 언제나 가정교사에게 화를 내고 차갑게 대하며, (9권 딱 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관계를 가질 때에도 일부러 굴욕적인 포즈를 취하도록 한다.

 

아직 전개되지 않았지만 예측할 수 있는 장면은, 계속되는 관계로 인해 윌리엄의 아이(딸 앨리스)를 낳고 그와 결혼하여 저택과 조금 떨어진 별채에 기거하다가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불태워진다는 것이다.

 

 

 

스탠리가 아서 롤랜드의 친자식(6번째)을 낳자, 그레이스 킹은 위기의식을 느껴 아서에게 쳐 들어가(?) 관계를 가지고 7번째 아이 로렌스를 임신하게 된다. 그 뒤 스탠리는 아서의 8번째 아이 딕을 낳는다.

 

 

그리하여 언더더로즈 9권까지는 8형제 체제로 이야기가 진행되나, 최종 결말을 만화로 그린 허니로즈에서는 12형제 플러스 딸 한 명 체제로 끝을 맺는다! 어쩐지 아서=야곱이고, 12명의 아들은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를 나타내는 것 같다. 두 명의 부인, 두 명의 첩 체제도 똑같다.

안나는 결혼한 정실 부인이므로 야곱의 첫째 부인 레아와 대응될 수 있고,

마가렛 스탠리는 아서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이므로 야곱의 둘째 부인 라헬과 대응될 수 있다.

그레이스 킹은 비록 신분은 높지만 정략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저택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레아의 시녀이자 야곱의 첩인 실바와 대응될 수 있고,

로즈는 비록 백작의 아이는 낳지 않았지만 빌하에게 대응될 수 있다.

성경 '창세기'에서, 빌하는 야곱의 장자 르우벤과 나중에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는 언더더로즈 만화에서 로즈가 (정신적으로) 장자인 알버트 롤랜드의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계속 이 여자 저 여자를 건드리지만, 실제로 좋아하는 여자는 하나도 없다)이라는 점에서 창세기의 빌하와 대응된다. 나중에 로즈의 외동딸 피오나가 아서의 13번째 자식으로 인정되어 롤랜드 저택으로 들어오고, 비록 만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추론하자면 저택의 실질적인 여주인으로 등극(!)한다.

 

첫째-알버트 롤랜드; 아서 백작과 안나 백작부인 사이의 적자

둘째-윌리엄 롤랜드; 아서 백작과 안나 백작부인 사이의 적자

셋째-그레고리 롤랜드; 안나 백작부인과 이름 모르는 남자 사이의 서자(표면상으로는 적자)

넷째-아이작 롤랜드; 아서 백작과 안나 백작부인 사이의 적자(서자 가능성 있음)

(중간에 태어난 딸이 원래 다섯 번째지만, 사산하여 숫자에 넣지 않는다.)

다섯째-라이너스 킹; 그레이스 킹 공작 영애와 시인 베인즈 사이의 아들(표면상으로는 서자)

여섯째-빈센트 스탠리; 아서 백작과 마가렛 스탠리 사이의 서자

일곱째-로렌스 킹; 아서 백작과 그레이스 킹 공작 영애 사이의 아들

여덟째-딕 스탠리; 아서 백작과 마가렛 스탠리 사이의 서자

 

언더더로즈 결말을 그리고 있는 허니 로즈에서는 4명의 아들들이 더 태어난다.

토마스 카슈너-어린 시절의 아서를 보는 듯한 심성이 착한 아이

엘리어트-옛날의 라이너스를 보는 듯한 까칠하고 똑똑하고 예리한 아이

이안과 루이스-쌍둥이이고 나르시즘에 빠져 언제나 피아노 앞에 앉아 둘끼리만 이야기함

 

그레고리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1) 산지기 설-2권에서 가정교사 브레넌에게 안나가 산지기에 대한 마음을 회고하는 장면에서 추론

2) 오빠 근친상간 설-안나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안나의 오빠 에드레드 웨지우드가 밤중에 찾아와 아무도 보지 않는 정원에서 안나를 강간하였고, 이는 오빠가 안나에게서 평생 돈을 뜯어가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라는 추론

3) 그레이스 연모자 설-그레이스에 대한 회상 장면으로 가면 언제나 콧수염을 기른, 그레고리와 똑같은 머리색을 가진 남자가 등장한다. 이 사람은 계속해서 라이너스에게 네 아버지가 누구냐고 묻는다. 이 남자가 마음은 그레이스에게, 몸은 안나에게 가서 백작이 의사가 되려고 런던에서 바삐 돌아다니는 동안 안나를 강간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8권에서 백작이 '그레고리의 아버지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한 것과 결합하여, 백작이 만날 수 있을 정도라면 사교계에 있는 남자여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레고리의 아버지는 (이름은 안 나왔지만) 콧수염을 기른 남자라고 추론.

4) 저택 사용인 설-20년 동안 저택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는데 임신을 했으니, 저택 안 누군가 안나의 무방비 상태를 이용해서 강간했을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작용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한 사람의 개입이 있었다.

 

5. 다섯 번째- 모르고스 고모(아서 롤랜드 백작의 친누나)

모르고스는 이름 그대로 '죽음'이라는 뜻이다.

모르고스와 아서는 어릴 때 양친과 10명의 다른 형제가 사고로 죽어 둘만이 달랑 남아, 가족에 대한 애착이 몹시 강하다. 그 중 모르고스의 아서에 대한 애착은 정신병 수준에 이르렀다.

결혼했지만 남편 역시 사고로 죽고, 아이를 두 번이나 유산하여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

모르고스를 위해 아서 롤랜드 백작은 훌륭한 혈통(후작)을 지닌 여자(안나)와 결혼하는 등 최선을 다 했다.(이것은 만화에 나오지 않는데, 정황상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모르고스의 집착이 점점 심해지면서 둘의 관계는 점차 악화된다.

안나가 아프다는 핑계로 20년 동안 침대에 누워 산책할 때 외에는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동안, 집안의 실질적인 여주인 노릇은 모르고스가 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을 대신해 (실제로) 여왕벌이 될만한 여자들을 모두 서서히 죽인다.  나중에 모르고스는 아서와의 관계가 나빠진 원인을 오로지 다른 여자들 탓으로 돌렸던 것이다.

 

1. 그레이스 킹-서서히 아편을 먹여 중독시키고, 환상과 환청을 보고 듣게 만들어 자살을 유도함

2. 안나 롤랜드-아들들을 낳을만큼 낳았고, 더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데다, 집안에서 하는 일도 없고, 가장 결정적으로 아서에게서 이혼 선언을 듣자(9권), (아마도 집안의 명예를 지키고 아서에게 이혼이라는 오점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 모르고스가 직접 끈으로 목졸라 죽인다.

3. 마가렛 스탠리-안나가 죽자, 저택의 여주인으로 들어오는데, 천한 의녀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서의 격이 떨어질까봐 죽인 것으로 추측된다. 독약을 먹여 피를 토하게 만들어 죽인다.

4. 레이첼 브래넌-스탠리 다음으로, 아서의 차남 윌리엄의 아내로서 저택의 네 번째 여주인으로 등극한다. 모르고스는 목사의 딸이라는 천한 가정교사 출신이 자기가 가장 아끼는 조카 윌리엄의 아내가 되어 혈통을 더럽힌다는 생각을 용납할 수 없었고, 또한 둘 사이의 딸 앨리스가 사실은 윌리엄의 딸이 아닌 사생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윌리엄이 외출하고 없는 사이 별채를 불태우고 총으로 레이첼과 앨리스를 쏘아 죽여버린다. 이 일로 인해 윌리엄은 그 동안 계속 살인을 저질러 온 범인이 모르고스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다.

5. 이름없는 하녀-1권에 나옴. 1권 표지에 라이너스와 함께 나오는 이름 없는 하녀는, 그레이스 킹의 시녀로 들어와 모르고스에게서 돈을 받고 계속해서 아편을 그레이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잠깐이지만 알버트와 애인관계이기도 하였다. 그레이스에게 마약을 공급해 왔다는 사실을 라이너스가 밝혀내고, 백작은 퇴직금을 챙겨주면서 그 하녀에게 저택을 떠나라고 한다. 다음 날 그 하녀는 개울가에서 권총에 목이 날아간 시체로 발견된다. 하녀의 유령이 윌리엄에게 자신을 묻어달라고 부탁해서 라이너스와 윌리엄, 알버트가 발견하였다. '표지'에 나오는 것과 라이너스의 첫 사랑임을 고려할 때, 아마도 '허니로즈'의 숨은 주인공 애니 롤랜드의 어머니(이 경우 아버지는 알버트 롤랜드)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황상 모르고스 또는 그녀의 하수인이 권총으로 그녀를 쏘아 비밀을 지키려던 것으로 추정된다.

 

애니 롤랜드의 정체

 

'허니로즈'에서는 하녀의 친딸(피오나 로자린드)이 귀족의 서자로 인정받고, 귀족의 친딸(애니 롤랜드)이 하녀로 전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애니 롤랜드는 롤랜드 백작 집안의 피가 섞인 친딸임에도 불구하고, 친모의 훌륭한 결단으로 그 집을 나와 몰래 키워진 다음, 하녀로 저택에 들어간다. 하녀였던 애니 엄마는, 롤랜드 저택에 여주인급으로 들어가는 모든 여자가 예외 없이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하녀는 안전했고, 모르고스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애니 엄마는 애니를 하녀로 키워 저택에 들여보낸다.

지난 7년 동안 생각한 애니 롤랜드의 정체 후보를 몇 개 소개한다.

 

1. 죽었다는 백작의 다섯 번째 딸

아서 롤랜드 백작의 가장 큰 트라우마이다. 5번째는 딸이었지만 태어나는 과정에서 죽었고, 이것이 사랑 없이 결혼한 자신과 안나에게 내리는 신의 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는 살았고, 하녀들이 은밀하게 키워줌으로써 애니 롤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이름이 '애니'로서, 안나 롤랜드 백작부인의 이름을 땄다는 점에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축 늘어진 신생아를 아서 롤랜드 백작과, 당시 여자 조수로 일하던 마가렛 스탠리가 울면서 지켜보는 장면이 계속해서 등장하므로 이 가능성은 좀 희박하다.

 

2.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큰 아들 알버트 롤랜드와 하녀 사이의 딸

언더더로즈 전체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백작은 저택 내에서 일하는 하녀와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마음 속 깊이 사랑하던 로즈와도 관계를 갖지 않았다.

그러므로 저택 내 하녀 중 한 사람이 애니의 엄마라면, 아빠는 알버트 롤랜드가 될 수밖에 없다. 알버트 롤랜드만이 계속해서 하녀들과 바람을 피워왔기 때문이다.(비록 정식으로 결혼한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 자신을 '여벽'(여자에게 집착하는 습벽)이 있다고 표현했다.)

 

 1) 알버트 롤랜드와 그레이스의 시녀 사이의 딸

개울가에서 목이 날아가기 전,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알버트와 관계를 맺어 왔고, 딸을 낳은 다음 다른 사람에게 맡겨 숨겨서 길러왔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고아이고 일가친척도 없는 그녀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필요로 했고, 금화로 가득한 상자를 침대 밑에 숨겨놓았다는 점이다. 하녀 월급으로는 미혼모 신세에서 딸을 남에게 맡겨 제대로 키울 수 없었기 때문에 모르고스의 청탁을 받는 대가로 부수입(하녀 월급보다 큰)을 벌어 그 돈으로 양육비에 충당해 왔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알버트의 성격을 아는 그녀는, 그와의 사이에서 딸이 나왔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애니를 길러준 사람이 누구이든, 애니에게 친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그녀가 사격의 명수가 될 때까지 하녀 역할도 잘 하고 귀족 소양도 어느 정도 갖춘 유능한 인재로 길러 주었다.

 

 2) 알버트 롤랜드와 색기 많은 여자와의 딸

2,3,4,5,6권에서 검지 않은 머리색을 가지고 속눈썹이 긴 어떤 하녀가 레이첼의 편이 되어준다. 그 이유는, 그녀와 저택 안 다른 하인과의 비밀 정사를 레이첼이 알고도 눈감아주었을 뿐 아니라, 그녀를 대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피임 방법까지 상담했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어느 귀족부인의 시녀였지만 '따분하다'는 이유로 현재는 하녀 역할을 하고 있다. 가끔 말하는 것을 보면 이 저택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여자가 애니를 낳았거나, 혹은 1)에서 묘사한 이름 없는 여자가 애니를 낳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애니를 키우는 것을 도와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3. 윌리엄 롤랜드와 말 못하는 하녀 사이의 딸

레이첼 브래넌이 가정교사로 들어오기 전부터, 윌리엄은 자기 방에서 시중드는 하녀가 벙어리라는 점을 이용하여 신체적으로 은밀한 학대를 계속 해 왔다. 인두로 다리를 지지고, 뜨거운 차를 일부러 손에다 쏟아 화상을 입게 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이 없어 그 사실을 몰랐는데, 레이첼 브래넌은 특유의 자상한 성격으로 이를 알아차리고, 윌리엄에게 그런 가학 행위를 그만 둘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윌리엄은 이를 역으로 이용하고, '백작가 아들'로서의 지위를 강요하며 도리어 브래넌을 해고의 불안 속에 빠뜨리고, 자신과 관계를 맺어 주면 하녀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그래서 브래넌은 자신의 도덕감정을 죽이고 반강제로 윌리엄에게 강간당하게 된다. 한편, 하녀 자신은 윌리엄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화 속 행동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고통을 없애 준 브래넌에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고통스럽긴 하지만 윌리엄의 관심을 받고 있던 것이 사라진 것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브래넌을 회피하고자 하는 행동을 보인다. 문틈 사이로 브래넌과 윌리엄 사이의 관계를 엿보고 서운한 표정을 짓는 것이 그 예이다. 그녀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녀가 레이첼이 죽은 후 윌리엄과 관계를 가져 딸을 낳고, 이를 바깥에서 키웠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애니 롤랜드도 피오나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우리 엄마는 나를 가진 다음 아무도 몰래 저택 밖으로 나가 날 키웠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때 사라질 수 있는 존재감 없는 캐릭터로서 애니 엄마의 유력한 후보이다. 가장 유력한 증거는, 애니 롤랜드의 표정과 윌리엄 롤랜드의 표정이 썩을 정도로 닮았다는 점이다.

 

이상 언더더로즈 8권을 읽은 김에, 허니로즈와 언더더로즈 전체에 대한 나의 분석을 펼쳐 보았다. 내가 8년 넘는 세월 동안 이렇게 한 책에 대하여 깊게 생각했을 줄은, 실제로 글을 써 보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이 책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한 작가의 묘사, 기독교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중간 중간 등장하는 성경 구절이 나로 하여금 작가의 범상치 않은 기량을 느끼게 했다. 만화책 중 내가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한 불후의 명작이다. 제인에어+사운드오브뮤직+Charming Prince(Teresa Medirose가 2000년대 출간한 로맨스 소설)+성경의 내용이 종합적으로 어우려져 또 하나의 어둡고 암울하지만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고 있다. 9권 이후로도 계속해서 일본어로 읽고 싶다. 나로 하여금 열정적으로 일본어를 배우려는 마음을 품게 만든 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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