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시선 - 우리 산문 다시 읽고 새로 쓰다
송혁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옛글에서 뽑아낸 다양한 삶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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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으로 쓰여진 글은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다. 고등학교 때 수능 제2외국어로 한문을 선택해 공부한 적이 있다. 원래 프랑스어를 하려했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3학년이 되면서 과목을 바꿨다. 사실 별 수 없이 바꾼 거였다. 그런데 한자를 순서를 순서에 따라 해석하여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이 예상 외로 재미있었고, 나중에는 과목을 변경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한문 선생님의 칠판 필기가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서, 아름답게 그려지는 한자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수능 한문 과목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더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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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시선>에는 '새로운 시야', '성찰과 배움', '삶, 사람, 사랑', '세상을 향해'라는 테마에 맞춰 총 24편의 우리 한문 산문이 담겨있다. 각 꼭지는 작가가 신문 칼럼으로 연재했던 짤막한 '새 글'과, 그 글의 모태가 된 '옛 글', 그리고 그에 대한 보충설명 및 원문으로 구성된다. 꼭지마다 모태로 삼고 있는 한문 산문이 다르기 때문에 굳이 한 번에 읽을 필요는 없다. 음, 사실 글마다 담긴 내용이 가볍지 않아서 한 번에 읽는게 쉽지 않았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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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김창협의 '망아초기제문(아이를 위한 상복을 벗으며)'에는 세월호를 다룬 새 글이 달려있다. 꼭지의 제목은 '이 조그만 노란 리본'.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적어 내려간 담담한 글은 담담해서 더 절절하고, 작가의 글은 나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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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먼저 읽은 것은 '나와 무슨 상관인가'라는 제목이 붙은 꼭지였다. 목차를 보다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휙 넘어갔다. 작가는 유한준의 '허아재기(허아재에 부치는 글)'을 모태로 삼아,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역시, 옛 사람들의 사상과 글이 현재에도 통한다. 


(p. 44_새 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주어지는 책무를 중시하며 살아가도록 배워왔다. 물론 크고 작은 공동체를 위해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것을 어느 정도 내어줄 줄 아는 것은 사회적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미덕이다. 그러나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 당연한 것으로 강요되고 어떤 결정을 할 때든 늘 주변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p.47_옛 글)

노자는 "큰 근심을 조심하길 내 몸에 있는 듯이 한다"라고 했다. 몸이란 '나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세상 그 무엇이 나 자신보다 귀중하겠는가?그 무엇이 나 자신보다 아깝겠는가? 지인()은 인의()의 도리로 세상을 다스리는 일조차도 군더더기요 찌꺼기로 여긴다. 그러니 그 밖의 것들이야 어떻겠는가?

요임금과 순임금이 왕위를 양보한 일, 탕왕과 무왕이 전쟁으로 왕도를 이룬 일, 백이와 숙제가 절개를 지켜 굶어죽은 일, 관용방과 비간이 직언하다가 목숨을 잃은 일 등은 세상에 다시 있기 힘든 궁극의 경지다. 관중과 안영의 업적, 장의와 소진의 언변, 미생과 효기의 신의, 굴원의 충심 등은 많은 이들이 그처럼 되고자 하는 덕목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런 것들로 인해 본성이 망가진다고 여기며 "이런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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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시선>에는 필사 노트가 세트로 붙어있다. 한자를 예쁘게 적을 사진이 없어 아직 쓰지 못하고 있는데, 가끔씩 마음을 다스릴 필요가 있을 때 써보면 좋을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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