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B -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
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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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는 세계 최대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베스트셀러 <린인>의 저자이자, 여성의 사회생활을 독려하는 비영리 조직 LeanIn.Org을 설립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에 앞서 구글에서는 글로벌 온라인 판매 및 운영 부회장으로, 재무부에서는 수석보좌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실감 없이 대단한 이력이라, 가끔씩 뉴스에 등장하는 셰릴 샌드버그를 볼 때면 마치 영화 속에 등정하는 멋진 여성 캐릭터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2015년 셰릴 샌드버그의 남편이 휴가지에서 급사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 영화 속 캐릭터가 갑자기 현실 세계의 사람으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영어 뉴스 사이트에서 그 기사를 보고, 내가 내용을 잘 못 이해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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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옵션 B>는 하루 아침에 남편을 잃은 셰릴 샌드버그의 개인적 경험과 통찰에, 그녀의 친구이자 유명 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의 연구를 더해,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을 정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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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B>에는 예고없이 남편을 잃은 셰릴 샌드버그 개인의 경험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겪은 '역경'이 담겨있다. 하나같이 큰 충격을 수반하는 것들이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겨내야 하는 일들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옵션 A'가 당연하지 않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옵션 B'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p.12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시간이 지나고 작은 방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의사가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의사가 방에서 나가자 필의 친구가 다가와 내 뺨에 살짝 입맞추며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말했다. 애도의 말과 의례적인 입맞춤을 받고 있자니 마치 미래에 일어날 장면의 한복판에 서있는 것 같았다. 이런 순간을 앞으로도 계속 반복해서 겪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중략)

이렇게 데이브가 없는 삶이 시작됐다. 그때도 지금도 결코 내 자의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삶이고, 철저하게 무방비 상태에서 맞닥뜨린 삶이었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삶이었다. 아들과 딸을 옆에 앉혀놓고 아빠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말해야 하다니. 아이들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가 나도 그만 따라 울었다. 장례식을 치렀다. 사람들은 과거시제를 써서 데이브에 대해 말했다. 집을 꽉 메운 낯익은 얼굴들이 줄줄이 다가와 내 뺨에 입을 맞추며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똑같이 말했다.

 

/p.18

회복탄력성이 고통을 견디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내게 그런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느냐고 애덤에게 물었다. 애덤은 회복탄력성의 양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그보다는 어떻게 해야 회복탄력성을 갖출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회복탄력성은 개인이 역경에 반응하는 힘과 속도를 뜻하는데, 우리는 이를 개발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척추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척추를 감싸고 있는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p.22

데이브가 세상을 떠난 지 몇 주 되지 않았을 때다. 나는 데이브가 더 이상 해줄 수 없는 아버지 역할에 대해 필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데이브의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을 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다가 필에게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사람은 데이브에요"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필은 팔을 둘러 나를 안으며 "옵션 A가 없으니 까짓것 발로 차버리고 옵션 B를 선택하면 돼요"라고 위로했다.

삶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옵션 B의 삶을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우리를 끌어내리려는 삶을 발로 차버리도록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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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B>에서는 셰릴 샌드버그 본인이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다시 즐거움을 느끼고, 다시 사랑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며 '역경'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지금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나, 일기를 적거나, 하루에 잘한 일을 기록해보는 것 등이다. 단순히 어떠한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셰릴 샌드버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더 잘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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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 역시 한 순간에 아픔을 훌훌 털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매 순간 남편의 빈자리를 느껴야 했고, 아빠를 잃은 두 아이를 키워야 했으며, 회사로 돌아가 일을 해야 했다. <옵션 B>에는 그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담겨져 있다.

 

/p.91

데이브가 세상을 떠나고 페이스북에 복귀한 첫날, 나는 마크와 함께 페이스북 홍보팀과 회의를 했다. 그때 내 의견의 핵심을 설명하기 위해 제품 및 엔지니어링 담당자 보즈(Boz)에게 "우리가 구글에서 함께 일할 때 추진했던 업무를 기억해봐요"라고 말했다. 보즈가 나와 함께 구글에서 일한 적이 없다는 점만 빼면 쓸 만한 발언이었다. 보즈는 당시 구글의 경쟁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다.

나는 다음 회의에서는 어떻게든 업무 진행에 확실히 기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동료에게 질문하자 나는 얼른 끼어들어 대답했고, 계속 그런식으로 행동했다. 회의가 한창 진행되는 중에 내가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날 밤 늦게 마크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정말 어리석게 행동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두 번 실수를 저지른 것은 확실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마크가 이렇게 대꾸했다. "걱정하지 마요. 당신이라면 보즈가 구글에서 일했다고 예전에도 충분히 착각했을 테니까요." 퍽이나 위안이 되네요!

사실 위안이 됐다. 하지만 설사 내가 예전에 그런 종류의 실수를 했더라도, 지금 실수를 저지르고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게 문제였다. 그러자 마크가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 회의 시간에 내가 제시한 의견 몇 가지를 거론하며 핵심을 잘 겨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내가 항상 논리적이고 옳은 생각만 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듣고서 나는 스스로에게 좀 더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태도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마크가 연민을 품고 내게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자신을 연민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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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B>는 셰릴 샌드버그의 개인적 경험을 담은 에세이이자, 애덤 그랜트의 연구를 담은 심리학 서적이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한 실용서이다. 회복탄력성을 키운다는 것은 곧 절망 내지는 우울의 늪에 빠져있는 시간을 줄인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주변인의 상실과 같은 큰 역경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곳곳에서 마주하는 장애물들을 넘는 힘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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