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박단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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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국가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글로벌이니 세계화니 하는 말들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더이상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 그와 더불어 외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비정상회담>이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같이, 외국인이 중심이 되어 외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것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한국의 역사와 문화, 지리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비의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는 참 반가운 책이다.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는 두껍지 않은 분량에,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수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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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는 '사회', '역사','지리', '정치/경제', '문화', '한불관계'의 6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사회' 파트를 읽으면서부터, 프랑스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특히 프랑스에서 역사적으로 여성의 권리가 낮았다는 것은 의외였다. '페미니즘(feminisme)'이라는 말이 프랑스에서 생겨났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고, 1965년이 되어서야 기혼 여성이 남편의 동의 없이 자발적으로 직업을 갖거나 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프랑스의 이미지와는 잘 매치되지 않았다. 거기에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테러의 대부분이 외부인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국민'에 의한 테러라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프랑스라는 나라의 겉모습만 봤을 뿐 그 속을 살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p.65)

테러는 가해자의 잘못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프랑스 사회를 마냥 두둔할 수는 없습니다. 왜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테러가 일어났고, 자국 태생의 젊은이들이 이 테러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제리 침략이라는 역사적 맥락과 이슬람 혐오 문제 등을 생각해보면, 프랑스를 '자유 평등 우애'의 나라로만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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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정치/경제', '지리' 파트에서는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는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한 번에 이해하는 건 애초에 포기했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가 2017년 9월말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인지라, 올해 5월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야기도 담겨있다. 마크롱이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극단적인 중도라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p.152)

제5공화국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분명 안정되어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유럽 연합을 이끄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테러 대처를 위한 한법 개정 문제, 이민자 문제, 높은 실업률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회도 전반적으로 우경화되어 극우파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정당에 실망한 국민들이 강력한 프랑스를 약속한 그의 비전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과연 마크롱은 국민의 기대대로 프랑스가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요? 새로운 정치 실험에 나선 프랑스의 앞날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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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에 아주 살짝 발을 담근 적이 있었던지라, '프랑스어권'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1880년경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권역을 의미하는 프랑코포니(Francophonie)라는 말이 생겨났고, 1997년에는 '프랑스어권 국가 연합 기구'가 출범했다. 해당 기구는 회원국의 발전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언어, 문화뿐 아니라 정치, 경제 영역으로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 벌써 10년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내가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선택했던 이유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가 상당히 많다는 말에 혹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영어와 중국어가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지만, 미개척 대륙인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프랑스어는 아직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236)

2006년 유럽 연합 정상 회의에 참석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돌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프랑스 경제인이 프랑스어로 연설을 하던 도중 "지금부터는 비즈니스 공용어인 영어로 하겠다."라며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묻는 기자들에게 시라크 대통령은 "국제회의 석상에서 프랑스인이 영어로 연설을 한다는 사실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답니다. 국제 무대에서 영어로 말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대단한 프랑스 대통령 입장에서는 꽤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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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문화' 파트 중에서는 '박물관'에 관한 내용이 특히 인상 깊었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은 파리의 요새로 시작해 궁전으로 변모했다가, 지금의 박물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냥 유명한 박물관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그 과거의 모습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니 실제로 방문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마지막 '한불 관계' 파트에서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어떤 접점을 가져왔는지를 짚어준다. 6개 파트 중에서 분량은 가장 적지만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몰입해서 읽었다. 


(p.307)

한국과 프랑스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교류해 왔습니다. 조선에 최초로 가톨릭을 전해 준 것이 프랑스 신부들이었고, 강화도에 침입해 의궤를 강탈한 것도 프랑스군이었습니다. 


(p.317)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가해 독립을 승인받았습니다. 한국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데는 특히 프랑스 언론 등의 도움이 컸습니다. 한국의 독립 승인이 파리의 유엔 총회에서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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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한 권의 책으로 '프랑스'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책을 읽음으로써, 프랑스와의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을 것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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