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종말 - 불확실성의 시대, 일의 미래를 준비하라
테일러 피어슨 지음, 방영호 옮김 / 부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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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높은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모양이다. 상당수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기계로 대체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 안에서의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위의 가치도 낮아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단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직업의 안정성이 위협받음에 따라, 직업적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직업의 종말>에서는 기존에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여겨지던 '직업'의 의미가 퇴행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 대신 '창업'을 통해 주체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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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직업과 창업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 직업: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따라 일하는 것.
-. 창업: 시스템을 고안, 창출, 연결하는 것, 비즈니스, 아이디어, 사람, 프로세스 등이 포함된다.
이를 기반으로 살펴보면, 이사회나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 지시를 무작정 따르는 CEO는 창업자가 아니라, 단순히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다른 사람에게서 임금을 받고 일하지만 창업을 꿈꾸며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들은 창업자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기 자신만의 비지니스를 창출해 가는 일이 의미있고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부를 늘리게 해주는 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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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맥스와 랜드라는 두 회계사의 실제 사연을 통해 안정적인 직업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맥스는 기존에 다니는 회사에서 회계사로 계속 일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책임감있는 일이며 현명한 판단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맥스는 위험도 없고, 실수도 없고, 변수도 없는 길을 고수한다. 그리고 이는 안정된 소득을 얻고 확실히 진급할 수 있는 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 속한 맥스의 자리는 사실 언제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시스템 내에 속한 상태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쉽지 않고, 결국은 무방비 상태로 내쳐지게 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체계를 창출하거나 복잡성의 영역에서 활동하기 위한 역량을 쌓지 못한 채 나이 마흔에 해고된 맥스의 모습은 처량하기만 하다. 반면, 랜드는 회계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벗어나 창업을 한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랜드는 불안정한 소득에 직면하게 되지만, 위험 요소를 바로바로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 체계를 수정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랜드는 위험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 

(p.109)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렇게 말한다. "숙련 기술자들, 말하자면 택시 운전기사, (아주 오래된 직업인) 매춘부, 목수, 배관공, 재단사, 치과의사는 소득이 가변적이다. 그러나 소득이 완전히 끊겨 버리는 것과 같은, 직업적으로 이례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강건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위험은 뚜렷이 드러난다. 소득이 가변적이지 않은 고용인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인사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느닷없이 소득이 제로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고용인의 위험은 숨겨져 있다. 가변성 덕분에 숙련 기술자들의 경력에는 약간의 안티프래질리티(antifragility)가 담겨 있다. 약간의 가변성이 그들로 하여금 환경으로부터, 끊임없이 적합해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상황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움으로써 계속해서 적응하고 변화하게끔 만든다."

(p.111)
맥스의 판단이 지난 100년 동안 안전한 결정이었다고 해서 그것이 미래에도 안전하리라는 걸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겁을 주려는 게 아니다. 다만 현실을 깨닫길 바랄 뿐이다. 한때 안전했던 것이 지금은 위태롭다. 또한 한때 위험했던 것이 지금은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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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안정적인 직업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순히 회사라는 시스템에 속한 부품으로서의 모습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나갈 필요가 있다. 책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창업의 장벽이 낮아졌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굳이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피드백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대책을 새워나가는 것도 창업가 정신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p.154)
그 어떤 일도 시작할 때는 두려움이 따르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은 채 현재의 삶이 조금씩 축적해 가고 있는 위험을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p.185)
역사적 사례를 비롯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집된 자료를 보면 인간의 핵심 동기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돈(money), 자유(freedom), 의미(meaning)다.
-중략-
자유와 의미는 이제 우리가 활용해야 할 잠재력이 되었다. 이 두 가지 핵심 가치를 노동에 투여할 수만 있다면 톰 소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마지못해 했던 일, 직업으로서의 일을 이제 스스로 선택하는 일로 전환하는 것이다. 노동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추구해야 하는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은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삶에 통합된 가장 효율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 그 결과 노동의 질이 향상되고, 우리는 더 나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자유와 의미는 부자가 된 후에 누리는 혜택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부를 쌓을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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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직업'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그 생각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저자가 '창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창업이 더 많은 부를 가져다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회사라는 시스템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며, 곧 삶의 영향력과 통제력을 제한받게 됨을 의미한다. 그에 반해, '창업'은 삶의 주도권을 본인이 쥐고, 그 과정에서의 이득과 손해를 각자가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이다. 물론,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것이 계속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각자의 성향에 맞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만 한다. ;ㅁ; 

(p.196)
그렇기에 드마코는 <부의 추월차선>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직업은 본래 영향력과 통제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망할 놈의 것이다. 물론 훌륭한 직업을 가질 수는 있다.(또한 재미있는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부의 관점에서 볼 때,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영향력과 통제력이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두 요소는 부유해지고자 하는 사람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p.220)
이제는 가능한 옵션들 중에서 고르기보다 자기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 스스로 설계자가 되라는 것이다. 주어진 메뉴에서 요리를 고를 것인가, 아니면 요리사가 되어 이전 세대의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획득할 것인가. 

(p.227)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행복과 개인적 성장에 관한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몰입(Flow)>이라는 영향력있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여기서 그는 행복에 관한 인간적 고민을 풀어 나간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행복은 거저 얻는 게 아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엄청난 권력을 가졌다 한들 행복을 가져오라고 명령할 수 없다. 또한 행복은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행복은 준비하고 일굴 수 있는 하나의 상태이며, 자신의 내적 경험을 통제하여 삶의 질을 결정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p.242)
우리는 이전 어느 세대보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구조화할지 진실하게 '선택'해야 한다. 우리 부모 세대에 비해 삶에서 전통과 구조가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한편으로는 대단한 축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기를 잃은 채 의미를 잃고 공허감에 빠질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스스로 묻고, 선택해야만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불행하게도 다음 두 가지 결과 중 하나에 이를 수 밖에 없다.
*1.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2. 다른 사람이 하라고 하는 것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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