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 나의 첫 번째 심리상담
강현식(누다심) 지음, 서늘한여름밤 그림 / 와이즈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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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도 괜찮아 질까요?>는 심리상담 사례를 다룬 책이 아니라, 심리상담 자체에 대해 설명해주는 '심리상담 가이드북'이다.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누군가가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말했을 때 ", 그렇구나"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무슨 힘든 일이 있냐고 물을 것이고, 그 정도로 힘들었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몸이 아프듯 마음도 아플 수 있는 것이고, 마음이 아프니 치료를 위해 병원(심리상담센터)을 찾는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심리상담은 미친 사람만 받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p.21)

"정신이 이상한 사람만 심리상담을 받는 게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우리 마음은 결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마음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고, 원인과 결과가 있어. 그러니까 사람의 마음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한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라는 거야. 나도 너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복학하고 난 뒤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학교에서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어. 네 말대로라면 나도 미친 사람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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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한순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감기약을 받아왔다고 해서 다음날 바로 쌩쌩해질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감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수일 내에 나을 수도 있지만, 다시 병원에 가서 추가로 약을 처방받야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냥 감기가 아니라 독감에 걸린 것이었을 수도 있다. 심리상담은 각자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몸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듯, 만약 본인에게 '심리상담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땐 심리상담이 필요한 때일 것이다.

 

내가 심리상담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심리상담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과 그 정도로 힘든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사이에서 한참을 갈팡질팡했다. 그러다, 이 정도로 고민되는건 내가 그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상담센터를 찾았다. 그리고 상담센터에서 이야기를 한 것 만으로 기분이 많이 나아졌고, 그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었다. 그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는 주변에서 심리상담을 고민하면 일단은 가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p.43)

'심리상담은 나를 치유해줄 마법의 알약'이며 '심리상담의 역할은 위로가 전부'라는 것이 심리상담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p.46)

"은주 씨, 잘잘못을 따져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한다면,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은 피해자에 가까운 경우가 많죠. 그러나 상대가 변하지 않고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할 순 없잖아요. 그들이 변하지 않더라도 내가 변한다면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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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알기 때문에 권하면서도 살짝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제 마음도 괜찮아 질까요?>에 담긴 내용들이 너무 좋았고 반가웠다. 이 책에는 심리상담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할 내용들이 가득가득 담겨있다. 심리상담센터 문 앞에서 서성이는 은주의 모습이나, 심리상담의 전 단계인 접수면담을 마치고 본격적인 심리상담 약속을 잡았지만 갑작스럽게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어 혼란스러워하는 석영이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며,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설명해준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심리상담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거부감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p.154)

사람에게는 자신과 세상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과거의 잘못을 분석해 원인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통제 불가능한 일도 많아서, 자책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라 엉뚱하게 자신에게 원인을 돌려서 자기비난만 키우는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p.213)

우리는 힘든 일을 겪으면 그 일을 잊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기억 자체를 지울 방법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그런 작용을 하는 약물이나 수술법이 개발된다면 몰라도, 대화로 풀어가는 심리상담을 통해서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심리상담을 통해 그 기억에 압도되지 않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그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말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드러내다 보면 나중에 그 사건을 떠올렸을 때 이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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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서늘한여름밤(서밤)님의 그림도 매력적이다. 그림의 내용에 격하게 공감하기도 하고, 깨알같은 멘트에 웃음짓기도 하며 책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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