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의 소음>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러시아에서 살아남은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고,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닌 소설이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한 작곡가의 내면을 전달해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이다. 사실 러시아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쇼스타코비치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주인공이 실존 인물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러시아의 유명 작곡가로, 예술가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은 그가 예술적 작업에만 온전히 몰두하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정치적인 이유로 공연이 중지되고, 작곡가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또 다시 정치적인 이유로 유명 작곡가로 추앙받는다. 차라리 본인도 권력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으면 조금은 편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주인공은 소심하면서도 예민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은 지금과 사뭇 다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머릿 속에 묵직하게 자리잡는 기분이 들었다.

(p.240)
그러나 그가 오해한 듯했다. 1972년이 그를 위해 마련해놓은 악운은 죽음이 아니라, 그가 계속 사는 것이었다. 그는 최선을 다했으나 삶은 아직 그에게서 할 일을 끝내지 못했다. 삶은 앵무새 꼬리를 잡아 계단을 질질 끌고 내려가는 고양이였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그의 머리가 부딪쳐 쿵쿵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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