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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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현대사는 식민지배, 전쟁, 분단, 민중 항쟁, 민주화 운동 등으로 이어져,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중고등학생 때 근현대사 교과서를 통해 접할 때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시험을 위한 역사적 사실로 바라보는 느낌이 강했고, 이제는 지나간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어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근현대사의 연상선에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2016년 말 광화문에서 수 많은 촛불들을 보면서 1980년 5월의 광주, 1987년 6월의 서울을 떠올린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광주 5월 민중항쟁을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1985년 초판이 나왔으며, 32년 만에 개정판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여러가지 의미로 무거운 책이다. 일단 분량이 적지 않다. 교과서에서 접했던 광주 5월 민중항쟁은 몇 장만에 끝나버렸는데, <넘어넘어>에서는 하루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하루가 너무 길고, 그 긴 하루가 10일동안 이어진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책장이 무겁게 느껴진다. 1979년 10월26일부터 1980년 5월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어렴풋이 알고 있던 당시의 모습을 꼼꼼하게 설명해주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항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그 꼼꼼함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다.

<넘어넘어>에는 광주 5월 민중항쟁을 '겪은'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순히 '공수부대와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가 아니라, 아버지 심부름으로 농약을 사려고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청년이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하던 교육청 공무원이 군인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임신 8개월의 가정주부가 조준사격을 당해 임산부와 태아가 모두 사망하고... 그런 이야기들이 수 없이 담겨있다. 그 참혹한 일들이 다 누군가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그리고 1980년 5월, 광주 외 지역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 참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당시 광주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공수부대에 저항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현재의 대한민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종종 '북한군'이 5.18때 광주에 내려왔고, 시민군 가운데 일부가 북한군이라고 주장하는 글들을 본다. 1980년 5월 광주를 겪은 사람들과 그 유족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런 주장을 접할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올해 제37회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이고 헬기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왜곡을 막겠다"고 말했다.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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