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_+!!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땀방울을 달고 사는 귀여운 아기 해달 보노보노. 어릴적에 TV로 보노보노 만화를 볼 때는 그냥 "귀여운 동물들이 와서 귀엽게 논다"는 생각만 했지, 그 내용을 곱씹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 여기저기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속에 담긴 내용이 생각보다 깊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보노보노와 너부리, 포로리는 '어린이'라기 보단,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보노보노와 너부리, 포로리의 아빠, 야옹이 형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더 크게 와닿는게 아닐까. 

음, 보노보노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나와 가장 가까운 걸 꼽자면 역시 보노보노다. 작가가 보노보노를 보며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꼈듯, 나도 그랬다. 그래서 더더욱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 담긴 에세이들이 주는 울림이 컸다. 하지만 이렇게 느끼는 것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소극적이고 소심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툭하면 구박을 받지만 그게 그들의 애정 표현임을 알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고. 보노보노의 모습이자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 같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짧은 에세이들이 엮여 있는 책이라 목차에서 제목을 보고 끌리는 것들을 찾아 먼저 읽어 나갔다. 각 에세이에는 작가 본인의 일상 속 에피소드와 보노보노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보노보노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고, 대략적인 등장인물들만 알고 있는 상태였지만 다행히 무리없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보노보노에 대해 더 잘 알고서 이 책을 읽으면,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생긴다. 사실 그냥 다시 보노보노를 보고 싶어졌다. 보노보노에 끌려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만났는데, 다시 보노보노로 돌아가는 이상한 흐름이다. 헤헷. 




p. 5
보노보노는 소심하다. 보노보노는 걱정이 많다. 보노보노는 친구들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보노보노는 잘할 줄 아는게 얼마 없다. 어? 이거 내 얘기인 것 같은데. 줄곧 단점이라 여겨온 내 모습인 것 같은데?
하지만 보노보노는 소심하기 때문에 소심한 마음을 이해할 줄 안다. 걱정이 많은 만큼 정도 많다. 친구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어서 그 어떤 괴팍한 짓을 하는 친구여도 그러려니 이해한다. 잘할 줄 아는 게 워낙 없어서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는 무식하고 우직하게 노력한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이 포기하거나 잊어버린다.

 p. 15
보노보노, 살아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 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p. 96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불안해진다. 왜냐하면 재미없는 인생은 불행한 인생이기 때문인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인생은 원래 재미있는 거라고 누가 정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