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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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중고등학생 시절을 거치면서 한국의 대표 소설들을 '소설'이 아닌 '지문'으로 접하는 것이 몸에 익었기 때문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을 읽으려고 할 때도 한국 작가의 소설에는 눈길이 잘 가지 않았다. 거기에는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한국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너무 '사실적'으로 느껴져서 가볍게 손을 뻗지 못한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막상 읽으면 그만큼 깊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어서 좋기도 하다.

<수요일에 하자>는 음악에 붙잡혀버린 중년들이 다시 7080 라이브클럽 '낙원'에 모이고, 밴드를 결성하고, 공연을 하고, 그렇게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과거는 평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그냥마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소설을 통해서나마 '색다른'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쾌감이 느껴진다. 물론 <수요일에 하자>는 매우 현실적인 소설이다. 곳곳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적나라한 묘사가 지나가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삶에서는 고단함과 땀냄새가 묻어나고, 배경이 되는 낙원은 허름한 라이브클럽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라서, 소설의 문장들은 더 크게 와닿는다.

그리고 <수요일에 하자>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기타리스트 리콰자의 고등학생 아들은 세월호 사건을 노래로 만들었다. 세월호가 선체를 드러낸 지금이기에 그 대목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한국 소설은 굳이 신간을 찾아 읽은 적이 잘 없는데, 바로 지금의 현실을 소설로 접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배경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곳곳에서 등장하는 음악 관련 내용을 이해하는데 적잖이 애를 먹었다. 예를 들어, 기타의 2번 줄을 퉁기면서 줄감개를 감고, Am에서 Dm로 코드를 옮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소설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수요 밴드가 만든 곡들을 실제로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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