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육아 과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책.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
우석훈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책 제목이 슬프다.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라니. 하지만 하늘색 표지는 산뜻한 느낌이고,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이라는 부제 덕분에 슬픈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이 책은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의 책이다. 저자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한국 사회에서의 육아와 마주하는 과정에서 느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육아와 관련된 책은 많지만,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의 육아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나는 아직 미혼이지만, 주위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이 있어서인지 마냥 남일 같지는 않았다. 물론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심정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출산, 산후조리원, 백일나기, 이유식, 아기 재우기, 돌잔치, 유모차, 배변 훈련, 어린이집, 영어 유치원, 우리말/수학/영어 교육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두 아이와 함께 지나온 과정들이 담겨있다. 아이가 성장하는 시간 순으로 책이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커가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자는 두 아이의 아빠임과 동시에, 경제학자의 눈으로 아이를 키우며 거쳐야 하는 과정들을 바라본다.

특히 저자가 산후조리원을 퇴원 후 '재입원'하는 것이라고 비유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외국의 경우, 출산 후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 기한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물론 문제는 그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다. 정부가 출산한 엄마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면, 산후조리원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도 사라질 것이다. 사실 육아 과정에서 겪게 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런 것 같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자리가 없어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정책적 지원의 미비가 육아를 어려운 일로 만들고,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책을 통해 육아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따라가다보니, 감정 이입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고, 육아 문제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전해듣기는 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쭉 따라가다보니 그 무게감이 더 크게 와닿는다.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책을 덮고 내용을 곱씹으면서 이 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