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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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독특한 표지 덕분에 작가와 제목 모두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그의 세 번째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브릿마리는 40년 동안 동네를 벗어난 적 없이 과탄산소다로 집 구석구석을 청소해온, 예순세 살의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내연의 여자가 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일상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그녀가 고용센터에서 일자리 상담을 받는 장면으로 소설이 시작되는데, 사실 그녀의 첫 인상은 '교양있는 아주머니'와 '진상'의 혼합체 바로 그 자체였다. '교양'의 방향과 강도 설정이 어딘가 크게 잘못되어 있는 느낌이었달까. 정말, 브릿마리와 엮이게 된 상담센터 아가씨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다행히 브릿마리는 보르그라는 곳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그건 브릿마리와 상담센터 아가씨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보르그는 모든 것이 문을 닫고 있는 지역으로, 사실상 지역 자체가 문을 닫을 예정인 곳이다. 브릿마리는 그 곳의 레크레이션 센터 관리인을 맡게 된다. 행정상의 착오로 생긴 임시직이지만, 브릿마리는 그 곳에 가서 청소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자신도 변화한다.

이렇게 적으니 엄청 평범한 소설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변화하는 브릿마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에서는 쾌감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진다. 애피소드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소설의 문체가 주는 긴장감도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초반엔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점점 마음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책장을 넘겼다. 나의 눈물샘 민감도가 매우 높은 편이긴 하지만, 어쨌든 눈물을 훔치는 부분도 있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내용을 곱씹어 보아도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어떤' 소설이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내용 전개도 문장들도 나름의 개성을 지니고 있기에 한 번 읽어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옮긴이의 말 부분에 보니, 브릿마리는 전작인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 등장한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가의 차기작에서는 <브릿마리 여기 있다>에 등장한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것 같다. 다단계처럼 프레드릭 베크만이라는 작가의 소설에 빠져드는 건가싶다. +_+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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