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수잔
제인 오스틴 지음, 김은화.박진수 옮김 / 바른번역(왓북)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작가 제인 오스틴. <레이디 수잔>은 그녀의 사후 발표작으로, 국내에서 번역본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레이디 수잔>은 내가 처음 접하는 그녀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을 읽으며 연결 고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레이디 수잔>은 제인 오스틴이 열여덟 살인 1793년에서 1794년에 집필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의 처녀작으로,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다가 십여 년 후에 '결론' 부분을 보강해 1805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책을 다 읽고서 그 사실을 되새겨보니, 매끄러운 이야기 진행과 심리묘사에서 새삼 작가의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점이 변하는 속도가 빠르고, 각 편지에는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담겨있어 처음에는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다. 여기에는 영어로 된 등장인물들이 익숙치않아 인물 관계도를 살펴보며 읽어야 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물 관계도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편지를 주고받는 이야기 진행 방식에도 익숙해지니까 몰입감이 크게 올라갔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레이디 수잔은 도덕적 관념이라고는 없는 악녀이자 팜프파탈이다. 남편을 여읜지 얼마 되지 않은 미망인이지만 곧 바로 여러 남자들을 저울질하며 자신의 재혼 상대를 찾고, 그와 더불어 딸의 혼처를 찾는데 있어서도 당사자인 딸의 의사는 무시한채 계산적으로 일을 추진하려 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여자로서의 매력을 잘 알고 있고 그걸 충분히 활용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녀에게 반감을 가졌던 남자조차도 그녀와 실제로 만나고나서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팜프파탈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외국식 아침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사고와 행동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있는 레이디 수잔이 얄밉게 느껴지지만, 그녀가 매력적임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레이디 수잔>은 영화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 서간체의 소설을 영화로 풀어내면 또 다른 느낌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