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벨상 부부의 아들이었다
얀 뮈르달 지음, 조경실 옮김 / 테오리아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노벨상 부부의 아들이었다>는 스웨덴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얀 뮈르달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리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부모님은 모두 노벨상 수상자이다. 아버지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군나르 뮈르달, 어머니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알바 뮈르달이라고 한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노벨상 수상자라는 '대단한' 부모 아래서 '평범한' 자녀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는, 약간의 반항심이 담긴 정도의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느꼈다. 자전적 소설이고 작가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5번째 장을 읽으면서부터 정신 바짝차리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두의 일러두기에 적힌 '본문에서 서체를 달리한 부분은 주인공 얀의 상상입니다'라는 문장에 별다른 주위를 기울이지 않고 넘어갔었는데, 그 상상이라는게 너무 본격적이라, 현재와 과거, 내지는 가상의 세계를 예고없이 넘나드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각각의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분명 소설을 읽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고 있는 중에도, 책을 덮고 나서도,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건지 잘 파악되지 않아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서양의 문학 작품을 자주 접한 편이 아니라, 세계 제2차대전 당시의 미국과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시대와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주인공인 얀의 부모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외부의 시선에 적지않은 신경을 쓰지만, 얀은 자신의 부모를 이름으로 부르거나 '그들'이라고 칭하며, 그들이 '위선자'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어린 소년이 가족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그려낸다. 누구나 한번쯤 가상의 세계를 그리곤 하지만, 저자의 경우 그 깊이가 꽤나 깊다. 무턱대고 읽기 시작한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깊이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책 뒤쪽 날개에 적힌 설명에 따르면, 스웨덴 학생들에게 10만부가 무상 배포되었다고 하는데, 청소년들이 이 책의 내용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자전소설을 읽어본적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인문서적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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