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의 미래, 중년파산 - 열심히 일하고도 버림받는 하류중년 보고서
아마미야 가린 외 지음, 류두진 옮김, 오찬호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암울한 기운이 물씬 풍겨나는 <98%의 미래, 중년 파산>은 '열심히 일하고도 버림받는 하류중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6명의 저자들은 일본인이고 일본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의 상황에 대입해도 별다른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이 지옥과 같다는 의미의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이제는 익숙하게, 여기저기서 쓰이고 있다. 바득바득 20대 후반에 붙어있는 나는, 청년층이 겪고 있는 취업난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들이 헬조선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부모님 세대인 중년층에게도 지금의 사회는 녹록치 않겠다는 느낌이 든다.

책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차라리 청년층의 취업은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기라도 하지, 중년층에 대해서는 '일하고 있겠거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문제는 중년층 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사회의 하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마친 시점에서 기업에 입사해 정규직으로 안착하는데 실패한 사람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정규직이 되어 온전한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나 파견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회의 일반적인 궤도에서 멀어진다.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입지는 더 불안해지기만 한다.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중년이 되어 회사에서 자리를 잃은 사람들 역시 사회의 일반적인 궤도에서 급속도로 멀어진다.

<98%의 미래, 중년 파산>은 단순히 지금의 중년층의 상황이 밝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에 선택받는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부터 시작해 '일'의 의미를 다시금 살펴본다. 그리고 하류중년이 생겨나게 된 원인을 일본 사회의 발달 과정에서 찾는다. 즉, 지금의 중년이 힘든 상황에 놓인 것은 개인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사회 구조 내지는 인식에 그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제3장에는 평범한 삶의 궤도를 이탈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하던 사람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접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파견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또는 사회 활동을 아예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애초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행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들 자신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중년층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의 미래이자 앞으로 노년층이 될 연령층이다. 그래서 중년에 대해 이야기하는 <98%의 미래, 중년 파산>은 결국 모든 연령층, 나아가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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