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행 - 때론 투박하고 때론 섬세한 아홉 남자의 여행 이야기
정영호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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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책은 참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 책은 읽고 나면 “아- 좋겠다. 부럽다”라는 생각과 함께 여행을 나와는 상관없는 거창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때문에 즐겨 읽지 않는다. 오히려 블로그나 SNS에 올라오는 여행 준비와 과정, 그리고 후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남자는 여행>은 이런저런 수사로 치장한 책이 아니라 내 주변 누군가가 남긴 글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남자는 여행>은 무려 9분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서, 짧은 기간의 휴식과 같은 여행, 중장기에 걸친 마라톤 같은 여행, 그리고 여행과 생활의 미묘한 경계에 있는 여행까지 다양한 여행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특히 일본 료칸에서 근무하시다가 돌아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고, 그 곳에서 자극을 받아 인턴 비자로 미국에 가신 분의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사실 책을 순서대로 읽지 않고 눈에 띄는 부분부터 읽었는데, 처음 두 파트가 같은 분이 쓰신 거라서 놀랐다. 6년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 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지난해 중순 일본에서 지낸 시간들이 그리워져서, 지금 일본에서 워킹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의 블로그를 들락날락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들의 글을 읽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휩쓸리듯 사회 생활을 하다가 농구 경기를 보러 미국으로 떠난 이야기, 중국에서 근무하다가 어학 공부를 위해 퇴사 후 여행과 같은 생활을 보낸 이야기, 무작정 밖으로 나와 제주로 향한 이야기...어쩌면 나도 저질러 볼 수 있을 수 있는 일들이기에 몰입해서 읽었다.

그 밖에도 인도, 이탈리아, 캄보디아 등 다양한 공간에서 각 작가분들이 보낸 시간과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 표지에 적힌 ‘남자만 가능한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라는 것 만으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책의 무게가 가벼운 편이라 가방에 넣어 다니며 틈틈이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여행에 대한 갈증이 해소된 것 같으면서도 여행을 더 가고 싶어지는 그런 미묘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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