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2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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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한 달 살기라니, 꿈 같은 이야기다. ;ㅁ;!

특히나 지금 이 시국에는 더더욱 꿈 같은 이야기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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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는 매력적인 도시다. 특히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는, 단연 도쿄보다는 교토가 우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의 도시 중 도쿄와 교토(+오사카, 나라)만 가봤기 때문에, 둘 중에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만...;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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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생애 첫 해외 여행으로 방문한 곳이 오사카-교토-나라였고, 도쿄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생활할 때 교토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가서 지낸 적이 있다. 그 때 도쿄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교토가 꽤나 마음에 들었고, 다음에 일본 여행을 간다면 교토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국이 이리 되어서 참 슬프다. 해외 여행은커녕 국내 여행도 조심스러운 이 시기에, 책을 통해 교토에서의 한 달 생활을 간접체험해보는 건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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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의 방문지인 헤이안 신궁과 기온 시조 거리는, 교토에 친구를 만나러 갔을 때 관광삼아 돌아다녔던 곳이라 책을 읽으면서 괜시리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책에서 작가님이 큼직한 시식용 떡에 놀랐듯이, 친구들과 나도 이 크기가 시식용 맞냐며 신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아르바이트하던 가게의 점장님이 오미야게로 야츠하시를 주문하셔서 박스로 두어개를 구매했었는데, 구매한 만큼 집어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12일차에 방문한 후시미이나리 신사도 친구들과 함께 들렀던 곳이어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었다. 당시 교토에서 머문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밖에는 대부분 새로운 장소들이었고,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교토에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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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교토>는 단순히 체험 프로그램의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책이 아니고, 작가님이 한 달 동안 생활하면서 겪은 교토의 모습이 적혀있는 책이다. 거의 매일매일의 여정이 담겨있기 때문에 마치 내가 교토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을 쯤에는 부지런한 관광객이자,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본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한 달을 보낸 작가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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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교토> 책 사이사이에는 교토의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 있다. 그 사진들을 보며, 역시 언젠가 다시 교토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때는 다도 체험과 미니정원 만들기 체험을 해보고 싶다. 'ㅡ')!ㅋㅋ


#책속문장 

(p.53)

한 달 살기의 좋은 점은 아무리 새벽 3시 30분에 잤다고 해도 어떠한 문제도 없다. 회사에 지각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 갈 필요도 없다. 1000년 세월이 살아 숨 쉬는 이 고대 도시 교토에 오직 나홀로 존재한다는 느낌은 각별했다.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교토역 앞 작은 맨션, 교토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이 방의 작은 침대에서 잔뜩 뭉그적댈 권리가 나에게 있었다. 


(p.63)

날씨는 좋고, 벚꽃은 바람에 흔들리고, 나는 헤이안 신궁 앞에서 맥주를 마신다. 그래, 이것이 바로 '교토 한 달 살기' 타이틀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그림이다. 그 순간의 행복한 기분과 책에 쓸 거리가 생겼다는 만족감을 한 번에 느꼈다. 한편으로는 이 좋은 순간에 혼자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지만 지금 내가 마시는 맥주와 호르몬의 맛과 지금 부는 바람의 느낌과 경치를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서글퍼졌다. 


(p.93)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기 전, 깼다가 다시 잠들기를 두세 번 반복했다. 그러다가 아침에 어느 번역 업체에서 번역 요청이 들어와 파일을 확인하기 위헤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생각해보면 내 직업은 참 편리하다. 직장에 다녔다면 한 달 살기를 이렇게 쉽게 떠날 수 없었겠지. 물리적으로는 오로지 혼자 일하는 직업이니 훌쩍 떠나올 수 있었다. 인터넷이 가능하고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사실 그렇기에 이 한 달의 교토는 '한 달 휴양'이 아닌 '한 달 살기'가 될 수 있었다. 온전히 교토에서 살면서 일까지 해야 하니까. 


​(p.272)

하천 흐르는 소리가 섞인 카페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봄 향기를 맡으며... 일이라니! 어쩐지 교토를 떠나기 아쉬워지는 멋진 오후였다. 

열심히 일하고 집을 향하면서 새삼 4월과 5월 사이의 변화를 떠올렸다. 너무나도 추워서 따뜻한  커피만 찾았는데 한 달 사이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었고, 벚꽃은 모두 지고 초록 잎들로 가득해졌다. 

이렇게 몸이 꽃피다가 여름으로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나는 교토가 서서히 봄을 맞이하는 한 달간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교토의 봄 한 조각을 오롯이 가지게 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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