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민주주의 - 새로운 위기,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야스차 뭉크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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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분야 책과는 친하지 아니하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가 코앞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위험한 민주주의>의 저자 야스차 뭉크(Yascha Mounk)는 포퓰리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연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 역시 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위험한 민주주의'가 국민들을 위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그보다는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는 걸로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ㅇㅅㅇ


(p.7_서론)

역사가 수십 년간 기듯이 천천히 흐른 것만 같다. 선거에 누가 당선되거나 떨어지거나 하고, 법률안은 채택되거나 폐지되거나 하고, 새로운 스타들이 나타나면서 과거의 스타들은 잊힌다. 그러나 시간이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방식, 문화, 사회, 정치의 핵심은 언제나 동일하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바뀌어버리는 때가 온다. 정치 신인이 정계를 휩쓸고, 유권자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정책을 강력히 요구한다. 오랜 기간 동안 부글부글 끓고만 있던 사회적 긴장이 끔찍한 폭발로 분출되고 영구불변할 것 같던 정부 체제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인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런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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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별 생각없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써왔다. 책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속이 약해지고 있다는 부분을 읽고서야, 두 가지가 다른 개념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저자는 개인 권리 존중과 국민자치의 독특한 조합인 자유민주주의가, 권리 보장 없는 빈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없는 권리 보장이라 할 수 있는 '비민주주의적 자유주의'로 분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ㅇㅅㅇ. 두둠. 


(p.37)

온갖 바람직한 것들을 민주주의 개념에 갖다 붙이려는 경항은 민주주의가 가장 정의로운 체제를 위한 용어로 남기를 바라는 철학자들에게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 대부분은 빈곤이나 불평등이 만연한 상황 같은 부정의를 극복하는데 성공한 나라를 꿈꾼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민주주의의 최소 개념을 고안하려 한 정치학자들조차도 자유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의회나 법원가 같은 기관들 사이의 구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p.38)

그러므로 나는 더욱 단순한 정의를 사용하여, 흔히 통용되는 가정들을 적게 쓰면서 국민자치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약속에 더 잘 부합하도록 하려 한다. 내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다.

-.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을 공공정책으로 효과적으로 해석하는, 선거로 구성되는, 일련의 결합된 제도(institution)이다.

-. 자유쥬의적 제도(liberal institutions)는 법치주의를 효과적으로 보장하고, 모든 시민들(인종적 또는 종교적 소수자들 포함)에게 언론, 종교, 출판, 결사의 자유와 같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한다.

-. 자유민주주의는 간단히 말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결합한 정치적 시스템이며, 이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국민의 뜻을 공공정책으로 변환하는 정치체제이다. 


(p.39)

이것은 자유민주주의가 두 가지 방식으로 삐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민주주의는 반자유쥬의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독립기관을 행정관들의 자의적 통치에 종속시키기를, 또한 소수자들의 권리를 축소하기를 선호하는 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자유주의 체제이며 정기적이고 경쟁적인 선거를 치르고 있더라도 비민주적으로 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정치제제가 엘리트 위주로 왜곡된 상태에서, 선거가 국민의 뜻을 공공정책으로 바꾸는 일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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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아닌 다른 마땅한 사회 시스템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민주주의가 완벽한 시스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현대사를 살짝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다. 1980년대에는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2016년 촛불과 함께 탄핵된 박근혜 역시 민주적인 대통령 선거를 통해 그 자리에 올랐다. 다수의 '국민'이 '직접' 그들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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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민주주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모습을 살펴보며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지적한다. 트럼프의 당선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러시아와 터키 등에서도 권위주의 정치인(strongman)이 선출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정치 뉴스도 간간히 보는 정도인지라, 대부분이 생소한 내용이었지만 세계뉴스(?)를 업데이트 하는 느낌도 들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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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세번째 파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한국의 사례로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던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에 관한 이야기이다. 


(p.239)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성공적으로 끌어내린 일은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옹호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부패하거나 포퓰리즘적인 정부의 권력 공고화를 막기 위해, 시민들은 민주주의적 규칙과 규범의 위반을 적발해야 한다. 포퓰리스트가 전체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야만 한다. 권위주의적 집권자의 동맹자들과 아첨꾼들에 대한 경멸이 아무리 커도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집권 세력의 몇몇 인물들에 대한 실체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포퓰리스트들이 앞으로도 다시 권력을 잡지 못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야심찬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자유민주주의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게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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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사에서는 많은 민주화 투쟁이 있었다. 촛불집회 역시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고들 말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민주주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좋은 거(!)라고 생각해왔다. ㅋㅋㅋ. 사실,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지라, 그 다음을 이야기하는 <위험한 민주주의>가 살짝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런 책을 읽으니 괜시리 뿌듯한(?) 느낌이 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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