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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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말 그대로 '둔감함'이 힘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책이다.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임에 있어 둔감하다는 것은 곧, 그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둔감함은 단순히 둔한 것과는 차이를 지닌다. 자극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복탄력성'과도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말 中)

그런데 둔감력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때때로 잘못 사용되는 일도 있더군요. 예컨대 문제를 일으킨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당당하게 행동하는 정치인을 '둔감력이 있는 정치가'라고 표현한 기사를 접한 일도 있습니다. 그 기사를 쓴 신문 기자에게는 직접 연락해서 책을 한 번 더 잘 읽어보라고 충고하기도 했죠. 

그런 무신경한 사람은 둔감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냥 도덕적으로 둔하고 무책임한 것에 불과하죠. 


(들어가는 말 中)

제가 이 책에서 말하는 둔감력이란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않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뜻합니다. 그저 몸과 마음이 둔한 사람에게 "둔감력이 있다."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부디 그 뜻을 오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물론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둔감력의 의미를 자연스레 깨닫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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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얼마나 둔감한 사람인지 체크해보는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다. 총 20개 항목인데, 나는 다 해당한다. ㅋㅋㅋ. 이 구역의 예민보스가 나인가보다. ㅇㅅㅇ. 체크리스트의 일부 항목을 뽑아보면 아래와 같은 느낌. 


-. 주위에 갈등이 생기면 '나 때문인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 넘나 그러하다.

-. 두통, 치통, 상처 등 사소한 통증들이 거슬려 힘들다. -> 사소한 통증이라 더 거슬리기도 한다.

-. 밝은 조명, 거슬리는 옷감과 소리 등이 자주 나를 미치게 한다. -> 매우 그러하다.

-. 항시 실수하지 않으려고,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 넘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실수하고 잃어버리는 건 미스테리. 

-. 공포 영화나 격투 장면 등을 싫어해 피하는 편이다. -> 영화관에서 귀막고 영화보는 사람이 나요. 

-. 배가 고프면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등 허기에 대한 반응이 큰 편이다. -> 데헷.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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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를 보다보면 알 수 있듯, 둔감하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 경향이 있다. ㅇㅅㅇ.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이 하나하나 거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의 첫 장도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재능이다'로 시작한다. 둔감한 마음은 주변의 잡음을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p.42)

요컨데 남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깊이 고민하지 않고 뒤돌아서자마자 잊는 사람은 건강합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모두 말입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혈액 순환도 원활하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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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한 마음은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하여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와 더불어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도, 상대의 언동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는 '둔감함'은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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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우쭐거리는 재능'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쭐대거나 잘난 체하며 뽐내는 것은 보통 부끄러운 행동으로 여겨지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곧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둔감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p.96)

칭찬의 말을 들었을 때 그대로 믿고 으스대는 것도 재능입니다. 자신감이 없을 때나 선택이 망설여질 때,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에 골몰하기 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좀 더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물쭈물 망설이면 한 발자국도 대디딜 수 없습니다. 오히려 슬금슬금 후퇴하고 말지도 모르죠.


(p.97)

앞날이 불안하기만 한 신인 작가 시절, 걸핏하면 자신감을 잃고 주저앉으려는 저를 지탱해준 것은 단골 바 여주인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밝고 확신에 찬 그녀의 응원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근거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보다는 상대방이 해주는 듣기 좋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우쭐해 하는 단순함이 중요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좋은 의미의 둔감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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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둔감하지 않은 사람이 당장 내일부터 둔감하게 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둔감함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겨버리는 연습을 하다보면 조금씩 둔감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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