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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역사
앤서니 루이스 지음, 박지웅.이지은 옮김 / 간장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영미법계 보통법common law-판례가 구속력을 가지는가 하는 점에서 성문법주의 대륙법체계와 구별-이 전통적으로 채택 적용되어 온 미국 수정헌법 1조와 관련한 역사를 판례를 중심으로 다룬 책이다.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라는 서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 조항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실천을 금지하는,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또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회동할 수 있는 권리와 불만사항의 시정을 정부에 청원할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고 말하고 있다.
speech, press, 그리고 assemble 등을 통한 표현의 자유의 의미와 범주는 법률적, 정치적인 해석상의 논쟁이 늘 함께하였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러한 논쟁의 역사를 살펴보며, 핵심 쟁점과 그와 관련한 사례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해석이 어떻게 진화하거나 또는 회귀해왔는지 곰곰히 따라가보자.
오랜 옛날에나 오늘날에나 선동적 명예훼손의 논지를 그대로 답습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소리는 늘 존재해 왔다. 미국의 태동기와 미국법의 성장기에, 두 번의 세계대전 기간 동안, 매카시 광풍이 미국을 휩쓴 레드 콤플렉스 기간 동안, 베트남전 기간 동안, 심지어 911 이후 현재에도 여전히, 미국의 고질적인 애국적 히스테리는 미국민이, 그리고 인류가 오랜 세월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쌓은 가치들을 단기간에 무너뜨리기도 하였다. 가뭄 속의 샘물이 더욱 귀하게 느껴지듯이, 암흑의 시대에 자유를 논증하고 변호하는, '일견 타당하고 정당해 보이는 논리'의 어두운 부분과 맹점을 날카롭게 파해치는 주옥같은 명문장들의 인용구문을 읽으며 감동에 젖어 보자. 나 또한, 러셀이 말했듯, 명료한 사고와 선의의 가치는 서로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의에서 피어난 지성의 향연만이 우리 인류가 오랜 시간 갈망해왔고 값비싼 댓가를 치러 차례차례 손에 넣어온 신성한 가치를 명료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논변으로 비호할 수 있고, 이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요구되는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를 생각해 보자. 의사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문제, 언론의 면책특권 문제, 공포와 억압의 문제, 그리고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의 표현'의 자유의 문제, 경쟁하는 다른 이익들, 그리고 사상의 자유에 이르기까지 공부하고 숙고하고 고뇌하고 토론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언론에게는 명문적인 면책특권을 부여하여야 하는가? 사생활과 정치 사회적인 공익의 문제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전쟁과 테러리즘의 시대에 공포와 억압에 맞설 논거는 무엇인가? 성에 관한 표현, 인종주의와 증오를 부추기는 표현을 규제하여야 하는가? 공직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허락받지 않아야 하는가? 선거 기간동안 핵심 쟁점에 관한 언급이 금지되는 국내 선거법은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가? 사상의 자유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역사의 영역, 철학의 영역, 법의 영역, 윤리학의 영역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글로 홈즈 대법관에게 영향을 미친 제카리아 채피는 '우리는 왜 사상의 자유, 의사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원하는가?'에 대한 답을 두 개의 큰 범주로 나누었다. 하나는 개인적 이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진실을 획득하는 데서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이다. 이 때 개인적 이익은 만약 삶이 살 만하려면 자신에게 필수적인 문제들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말한다.
사상의 자유에서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은 서로 다른 여러 방식으로 표현되어왔는데,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1859년의 저서 『자유론』에서 사상의 자유에서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에 대한 유명한 철학적 기초를 놓았다. 그 것은 억압된 의견 안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모든, 또는 부분적인 진실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핵심으로 한다. 아울러 거짓된 신념조차도 값진데, 이는 그에 관한 토론의 과정이 반대 관점의 진실을 시험하고 확인해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홈즈 대법관은 1919년에 밀의 주장에 강력한 표현을 부여했다. "사상의 자유로운 거래야말로 그 궁극의 선이라는 염원에 보다 잘 도달할 수 있는 길임을, 진실을 시험하는 최선의 기준은 시장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수용시키는 생각의 힘임을" 믿게 될 지도 모른다고 썼다.
진리 도달의 가능성과 민주주의의 만개와 민주공화정 시민적 삶의 성립을 위해서 사상과 의사표현의 자유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기본권이라 하겠다.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이 당연하고도 지고한 가치를 위해 싸워온 역사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