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마약 소비자의 다양한 얼굴, 은밀한 거래 방법, 환상적인 환각 증세 등이 흥미를 자극했다. 께느른히 늘어져서 읽다가도 재우치는 서사에 눈을 번쩍 떴다. 마약 복용으로 인한 기아감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서 몰입이 쉬웠다. 자책감에 허덕이며 자신을 거리로 내몬 '진자이', 불행으로 얼룩진 유년시절에 천재일우의 기쁨을 맛본 '미즈키 쇼코'까지. 영원한 불행과 영구적인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답보상태에 머문 지금, 스노우 엔젤은 더욱 매력적인 재료가 아닐까. 부작용 없이 완벽한 행복에 몸을 뉠 수 있다면 거절할 이는 없을 테니까. 안전한 환각 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만무하지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세상은 어떻게 흐를까. 마지막 장을 덮고도 오갈 데 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삼켰다.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에 즐거움이 배가되었고, 종종 소름이 돋았으며, 나의 추리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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