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표지에 "*주의사항: 심약자는 반드시 「해설」을 먼저 읽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음에도 불구,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소설부터 읽었다. 우들우들 떨며 낱장을 넘겼지만 예상한 것처럼 섬뜩하거나 공포스럽지 않았다. 그보다 일본 소설 특유의 음습함과 괴이쩍음이 혼재했다. 과연 마리 유키코는 '이야미스(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속속들이 그려내 불쾌감을 주는 장르)의 개척자'다웠다. 내 집 마련의 어려움, 남자에 대한 공포 그리고 방어기제, 상대를 전부 알 수 없는 현실, 단단한 선입견과 편견, 직장 내 따돌림, 비정규직의 비애, 이웃 간 간섭, 피의자의 전형 등 산재각처했던 문제들이 한 권의 책으로 덩이졌다. 「해설」을 읽고 어렴풋한 찝찝함이 실체화되었다. 다시 읽을수록 빛나는 소설이었다. 자그마한 복선을 꼼꼼히 짚어보며 등허리에 잔소름이 끼쳤다. 공포감에 편중되지 않은 미스터리 소설로 잊고 지냈던 이름을 복기할 수 있어 뜻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