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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 삐리 - 줄 타는 아이 ㅣ 보리 어린이 그림책 6
신지은 지음, 정지윤 그림 / 보리 / 2019년 2월
평점 :
'남사당패'라는 단어가 아직은 익숙하지 못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4살 아이에게
<어름 삐리>는 어떻게 와닿을까?

하얀색 표지에 줄타는 아이가 줄을 타고 있는 그림을 제일 먼저 만났다.
아이의 표정에서는 즐겁거나 행복한 표정은 없고 그냥 늘 하던 일 처럼 무표정의 모습인 것 같다.

남사당패가 동네를 찾아왔다. 남사당패는 모두 여섯 마당으로 이루어졌는데 음악, 무용, 서커스, 연극이 아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그 중 첫번째 마당에는 풍물패가 한껏 흥을 돋구워준다. 그리고 인형 놀이를 위해 봇짐에 꽁꽁 숨어있던 인형들이 어름 삐리의 춤사위를 보고 제일 이쁘다며 얘기하고, 어름 삐리가 이리 저리 어른들에게 맞고 있다는 얘기도 하며 불쌍하다고 한다.

하늘에 계신 천지신명과 바다에 계신 용왕님께 큰 절을 올린 후 두 번째 마당인 버나를 벌인다.
버나 광대들이 긴 막대기 끝에 접시를 올려놓고 돌리는데 접시가 땅에 떨어질까 봐 꽤나 조마조마한다. 책을 함께 읽고 있던 큰 아이는 긴 막대기 끝에 접시를 올려놓고 돌리는 모습을 알고 있어 그 모습을 재연하는데 한참을 깔깔 웃었다.

세 번째 마당은 살판이다.
살판 광대들이 땅위를 휙휙 구르고 공중제비도 하고 어린 살판 삐리가 오른 광대를 타고 올라가 만세를 부르기로 한다. 정말 흥미진지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넷째 마당은 어름이다. 어름 삐리가 줄을 타야하는데 어름 삐리는 몸이 좋지 않은지 어른 광대에게 얘기를 해보지만
꼭두쇠는 몸이 아파도 줄을 어름 삐리가 타야 인기가 많다면 타게 한다.
어름 삐리는 갸우뚱갸우뚱 겨우 중심을 잡고 서지만 이내 떨어지고 말았다.
아이들과 나는 너무 놀라 "악!"하며 소리를 지르고 어름 삐리를 걱정했다.

피투성이가 된 어름 삐리가 멍석에 실려가지만 다음 마당인 덧뵈기를 선보이며
이내 사람들도 떨어진 어름 삐리를 잊어버렸다.
어두컴컴한 구석에 어름 삐리가 누워 있는데 인형들이 어름 삐리만이 걱정하는 듯 했다.
아빠, 엄마도 없는 어름 삐리를 걱정해주는 인형들..
참 어른 광대들과 손님들이 작고 여린 어름 삐리를 걱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아닌 인형만이 어름 삐리를 걱정해주다니.. 정말 야속하기도 하고 속상했다.

마지막 마당인 인형극이 시작되었다. 인형들은 대잡이 광대들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였다.
그러던 중 인형들을 어름 삐리를 데리고 여기를 탈출하자는 모의를 하고 이시미(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에게 삼치 뼈를 세우면 돛이 될테니 도망가자고 모두들 뜻을 모은다.

숨을 할딱할딱 쉬는 어름 삐리를 안고 하늘을 난다.
어름 삐리는 아빠와 엄마를 만나는 꿈을 꾼다.
구경꾼들은 모두 일어서 최고의 공연이라고 박수를 쳐준다.

<어름 삐리>는 어른들도 잘 알지 못했던 남사당패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TV드라마나 다큐에서 남사당패에 대해 소개를 해주어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총 여섯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마당마다 어떠한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각 마당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부르는지를 <어름 삐리> 이 책을 통해 어른이 나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제는 민속촌이나 특별한 공연, TV를 보아야 남사당을 겨우 만날 요즘 우리에게
예전 우리 조상들은 쉽게 남사당패를 만나 그들의 모습들을 즐길 수 있는 모습에 부러워했다.
하지만 남사당패가 가난에 이기지 못해 보리쌀 한 말에 팔은 아이들을 훈련시키고
그들의 재주를 좋아하는 구경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아파도 줄타기를 해야했던 어름 삐리의
불쌍한 인생을 살펴보니 맘이 너무 아팠고, 가난이 무슨 잘못인지..어른들을 원망했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무심했던 어름 삐리를 인형들을 불쌍히 여기고 다친 어름 삐리를 데리고 탈출하려는 그 모습은 참으로 가슴 찡한 장면이 아닐 수가 없었다.
<어름 삐리>를 통해 남사당패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한 그림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어 참 좋았고
남사당패 속에 남몰래 힘들어했을 어름 삐리의 인생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한 편으로는 맘의 위안이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