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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평점 :
* 본 게시물은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전망탑의 라푼젤』은 제목에서 연상되는 동화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릅니다. 동화 ‘라푼젤’의 외딴 탑을 배경으로 하는 듯하지만, 이 작품은 분명히 지금 이곳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둡고 깊은 감정의 층위를 파고들며, 우사미 마코토는 ‘괴이함’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의 복잡함’**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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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푼젤은 누구인가
소설 속 라푼젤은 동화처럼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구조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녀는 현실의 벽에 갇혀,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인간의 모순과 상처에 흥미를 품는 관찰자입니다. 작가는 이 ‘라푼젤’을 통해 사회의 단면, 특히 가정 폭력과 방임, 청소년 문제와 같은 어두운 현실을 그려냅니다.
> “해님은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우리도 다시 태어난다.” (p.305)
이 말처럼, 『전망탑의 라푼젤』은 매일을 견디며 다시 태어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절망 속에서도 매일 아침을 살아내는 존재들—그들이야말로 진짜 라푼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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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보다 더 무거운 인간의 그림자
우사미 마코토의 작가관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바로 여기입니다. 그는 범죄나 호러를 이야기할 때조차 ‘사건’보다 ‘인간’을 중심에 둡니다.
예컨대 소설 속 가정의 악순환(빈곤, 방치, 폭력)은 단순한 사회 문제로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인생과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고 왜 무너지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합니다.
> “어릴 때 방치됐던 아이들이 부모가 되어서 자기 자식을 제대로 키우겠어?” (p.30)
이 문장은 어떤 범죄보다 무섭고, 어떤 미스터리보다 복잡한 현실을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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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에서도 인간을 껴안는 시선
『전망탑의 라푼젤』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의 시선에 있습니다. 우사미 마코토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낱낱이 드러내되, 결코 냉소하거나 비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내면을 따뜻한 거리에서 지켜보며, 이해하려 애씁니다. 그것이 이 책이 불편함과 동시에 감동을 주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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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서평
> “괴이함이 아니라 인간을 그리는 미스터리. 『전망탑의 라푼젤』은 현실에 발을 딛고, 그 안의 고요한 절규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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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뒤에는 어쩌면 당신도 주변의 ‘전망탑’들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스스로를 지키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