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구정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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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위에 피어나는 이해와 화해의 이야기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임신이라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계기로 멈춰 있던 감정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된 한 여성, 선영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딩크(DINK) 부부로의 삶을 선택했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 앞에서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마주합니다. 이 질문은 그녀를 자연스럽게 오래도록 외면했던 또 다른 '엄마'의 존재로 이끌고, 그렇게 선영은 한동안 끊겼던 엄마와의 관계를 되짚기 위해 지하철을 탑니다.

소설은 지하철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정거장마다 하나씩 떠오르는 엄마와의 기억들을 통해 독자를 선영의 내면 깊숙이 이끕니다. 단편적인 회상이 아닌, 감정의 덩어리로 응집된 기억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또 천천히 위로합니다. 미움과 원망으로 포장되어 있었던 감정들은 실은 그 안에 사랑과 기대, 슬픔과 죄책감, 외로움과 연민이 뒤엉켜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점차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보편적인 모녀 관계의 상처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단순히 화해나 용서로 마무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정제된 문장력과 세심한 감정 묘사로,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그럼에도 우리가 이해를 향해 걸어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합니다.

“나는 지난 2년간 엄마를 마음껏 미워하면서 그것들을 열심히 들다보았어.”
이 짧은 문장 속에는 한 인간이 고통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스스로 치유하려 애쓴 시간들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단순한 재회나 감정 정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책은, 상처 위에 쌓인 감정의 잔해들을 하나씩 걷어내며, 그 아래 숨어 있던 ‘나’와 ‘엄마’를 다시 마주보게 하는 과정입니다.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아프고, 갈등하고, 결국은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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