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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1_그냥 여름이 아니라 딱 요즘 같은 여름을 지나가는 소설이었다. 물속에 푹 잠겨 책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마음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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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누수의 흔적(p.135)”이 남은 삶. 책 속 인물들은 “좀처럼 복원되지 않는” 흔적을 머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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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없이 태어나 아픔 없이 죽을 수 있는 공간(p.46)”에서 “30분 짜리 생을 수집”하는 민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가구점의 거울을 본다. 흐릿한 거울에 비춰지는 상(像)이 거울 밖의 흐릿한 생보다 더 명료할까, 더 흐릿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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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함을 느끼게 할 만큼은 충분히 강렬하게 일상과 일상의 틈새로 날카롭게 스며드는(p.39)” 가난을 온몸으로 받으며 수호는 타인의 이름, 피에로 분장이라는 가면 아래 자신을 가렸다. 깨진 유리병 밖으로 쏟아져내리는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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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거기도 여름이 끝나가요?(p.195)”
누군가에게 여름은 끝없이 이어지는 계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여름도 흘러가고, 지나가고, 마침내 끝이 난다.
누군가에게는 “오직 나만의 거주지(p.208)”였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여행지(p.195)였을 여름을 나의 여름과 기대어 함께 바라봤다. 나의 여름에도 그들의 여름과 “균일한 분량의 애도(p.208)”를 표하며.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